이준섭 포레스트잘란 대표./사진=머니S 전민준 기자

"동남아시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금융격차를 보고 크게 놀랐습니다. 동남아 중소기업들은 신용도가 높아도 기존 금융권에서 제대로 대출 받지 못해 사업 확장에 제약을 받고 있는 사례가 대다수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 사회적 가치도 높이면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이달 초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포레스트잘란 사무실에서 만난 이준섭 대표는 창업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인사를 건너며 접견실로 안내하는 이 대표. 그의 얼굴엔 자신감과 열정이 넘쳤다.

그는 "포레스트잘란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동남아 중소기업들이 대출채권을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고 투자자들이 이를 거래할 수 있는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혁신 금융을 만들 것"이라며 "데이터와 AI를 통한 중소기업들에 대한 신용평가로 금융사들의 부담도 덜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며 창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15년 이상 IT와 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이 대표. 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머신러닝을 연구하는 것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LG전자와 KT, 네이버 등에서 AI사업전략을 맡으며 경력을 본격적으로 쌓았다.


금융과 연을 맺은 건 2019년 한화생명에 입사하면서부터다. 그는 한화생명에서 디지털·핀테크 사업을 총괄하며 블록체인 기반 새로운 금융 플랫폼을 만들었고 그 성과를 인정 받아 2021년 한화생명이 해당 사업을 분사해 설립한 블록체인 계열사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의 대표를 맡는다.

이 대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각각 근무하면서 양쪽의 장점을 배울 수 있었다. 여기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장의 금융 혁신을 일궈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토큰화 기술 등 기반으로 글로벌 자본 동남아 소상공인에 연결

현재 포레스트잘란은 실시간 데이터 처리, 토큰화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자본을 동남아시아 소상공인 금융에 연결시키는 걸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기존 금융권에서 담보나 신용정보 부족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현장 노동자의 매출·고용 데이터를 활용해 대출 자산을 디지털 토큰화 하고 이를 글로벌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RWA(실물자산)로 바꿔준다.

자금이 부족한 현지 소상공인들에게는 새로운 금융 공급원이, 투자자들에게는 투명한 실물 자산 투자 기회를 제공하여 양쪽 수요를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포레스트잘란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인도네시아에서 운영 중인 Grab JOOB이란 어플리케이션(앱)이다.

이 앱을 통해 소상공인과 근로자의 업무·매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금융상품을 개발한 뒤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e노트(eNote) 형태로 대출채권을 토큰화한다.

eNote 토큰에는 대출 금액, 이자율, 상환 스케줄은 물론이고 실제 상환 여부까지 모두 기록된다.

이렇게 발행한 토큰화(자산의 권리를 블록체인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하는 것)한 자산을 전 세계 RWA 전문 투자자들이 구매해 현지에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다.

이 대표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사모신용시장이 성장하면서 이를 토큰화한 사례들이 약 138억달러 규모까지 나오고 있다"며 "포레스트잘란도 그 흐름의 최전선에서 독자적인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AI + RWA 토큰화'의 결합을 통해 국경을 초월한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분들께서 저희를 높이 평가해주시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포레스트잘란은 KB국민은행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KB유니콘클럽' 5기 기업으로 활동 중이다.

KB유니콘클럽은 2021년 출범 이후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업해 혁신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멘토링·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대표적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이다.

그는 "(KB유니콘 프로그램은)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성장 지원이 이뤄지는 게 큰 장점"이라며 "스타트업 입장에선 자금 확보와 정부과제 연계 기회가 성장의 마중물인데 KB유니콘클럽은 선발과 동시에 직접 투자유치와 정부 기술창업지원프로그램(TIPS) 추천 등이 이뤄져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KB유니콘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전문 멘토단과 함께 우리 사업 모델을 점검하고 고도화할 수 있었던 점도 큰 수확"이라고 전했다.

KB유니콘클럽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마련한 이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동남아 MSME 금융 분야 1위 플랫폼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목표를 다졌다.

그는 "2025년 한해에만 500만달러(약 7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 자산을 토큰화해 공급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십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본다"며 "3년 안으로 누적 3억달러 규모의 대출 자산을 취급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해 연 매출 기준으로도 수백억원을 넘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Agentic AI(행동형 인공지능)와 RWA(실물자산토큰화) 기술을 결합해 언젠가는 아프리카의 농부나 남미의 가게 주인도 우리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에서 투자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