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연구용역 결과 보고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사진=한중의원연맹 제공

"5년 뒤 중국 반도체 국산화율은 70%로 전망된다. 그 뒤에는 화웨이가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20일 국회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중의원연맹 연구용역 결과 보고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국도 국가 주도의 반도체 산업 새 판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소장은 화웨이를 더 이상 전자제품 제조 회사가 아니라 '반도체 회사'라고 표현했다. 그는 "중국은 화웨이를 통해 반도체 항공모함을 만들고 있다"며 "반도체 소재·광전자·소프트웨어 등 117개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비상장 기업 구조를 활용해 반도체 생태계에 필요한 기업을 화웨이가 인수하고 한 곳에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화웨이는 인공지능(AI) 생태계도 구축중인데 필요한 핵심 기술은 모두 갖추고 있다"면서 "딥시크가 챗GPT를 뛰어넘는 모델을 고려할 수 있는 배경에는 화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내년부터 HBM 생산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생태계를 갖춘 데 이어 AI 산업 선두주자로 나설 준비까지 마쳤다는 설명이다.

전 소장은 미국의 중국 견제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견제가 중국 기술 발전 속도를 4~5배 빠르게 만들고 있다"며 "5년 뒤 중국은 국산화율 70% 달성이 가능할 것이고 중국은 국가 자본을 총동원해 한 방향으로 집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반도체 산업을 과거 배터리·전기차·태양광 산업과 비교하며 이들 산업 모두 중국이 힘을 집중해 세계 1위에 올랐다고 했다.
화웨이 로고. /사진=로이터

전 소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올해부터 2027년까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이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이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면 한국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이 독자적 생태계를 갖추고 나면 차이나 리스크가 아니라 프리(Free)"라면서 "AI 반도체 수요 폭증은 한국에 기회인 동시에 위협이기에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중국이 생태계를 완전히 갖추기 전이고 한국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국내 반도체 산업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 소장은 반도체를 단순 산업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정부가 기업의 설비 투자를 지원하고 미국도 인텔에 자금을 지원했다"며 "반도체 지원 자금은 정부 재정보다 국방비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가 국가를 지키는 수단이라는 의미다.

중국에 반도체 경쟁력을 뺏기지 않으려면 국가와 기업이 함께 투자해 '캐파(생산 능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봤다. 중국은 현재 3기 반도체 펀드를 조성 중이며 규모는 약 240조원이다. 전기·가스 비용 지원, 세수 감면, 인재 확보 자금 투입 등 공장 설립에 필요한 모든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특별법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인재가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전 소장은 "창신메모리(CXMT)에 근무하는 해외 출신 인력의 전 직장을 보면 인텔이 1위·SK하이닉스가 2위·삼성전자가 3위"라며 "이렇게 가다가는 한국의 40년 노하우가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소부장은 전부 키울 수 없다"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희토류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을 한국으로 이끌었다"며 "쥐 한 마리가 코끼리를 끌어당겼다"고 비유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미국이 사실상 끌려갔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한국도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중국 희토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연구용역 결과 보고회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지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