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AI 전환과 신사업을 책임지는 롯데이노베이트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신동빈 회장의 고심이 깊다. 신 회장이 직접 드라이브를 거는 핵심 사업임에도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는 평가다.
롯데그룹은 AI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전략으로 삼고 있다. 신 회장은 각종 회의와 현장 경영에서 AI 업무 혁신을 강조하면서 그룹 전반에 AI 도입 속도를 높여왔다. 그는 지난 3일 일본 도쿄서 열린 '재팬 모빌리티쇼 2025'를 방문해 그룹 부스를 찾기도 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당시 전시회에서 자율주행, 전기차 충전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보였다.
최근 몇 년 동안 롯데이노베이트는 계열사 IT 시스템 고도화는 물론 AI·데이터센터·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 개발까지 맡는 '디지털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해왔다.
결과는 기대와 차이가 크다. 롯데이노베이트의 올해 3분기 연결 매출은 2775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0.5% 감소한 66억원이었고 영업이익률은 2.4%로 전기(2.8%)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기존 주력인 IT 서비스 사업이 정체된 데다 신규 성장축으로 삼은 AI·데이터·전기차 충전 사업도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한 탓이다.
특히 시스템통합(SI)에서의 부진이 주효했다. SI 부문 매출은 2258억원으로 전년과 견줘 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54.5% 줄어 반토막이 났다.
아이멤버 사업은 갈 길이 멀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지난 7월 에이전틱AI플랫폼 '아이멤버 3.0'을 내놨지만 고객사의 디지털 전환(DX)을 주도하기엔 역량이 못 미친다는 시각이 많다.
전기차 충전 사업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전국 주요 거점에 충전 인프라를 늘리고 있지만 이미 과열된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AI·데이터·전기차 충전 등 미래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지만 '수익화'라는 현실의 벽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신 회장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가 유통·화학 중심의 전통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AI와 디지털 전환을 차세대 성장 전략으로 설정했지만 성과가 지지부진하면 그룹 차원의 투자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직 SI업계 관계자는 "롯데이노베이트가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며 "현재로선 특별한 경쟁력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