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대산 산업단지에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NCC(나프타분해시설) 설비 통폐합을 결정하는 1호 석유화학 자구안이 나왔다. 정부는 지난 8월 중국발 저가 공세로 어려워진 석화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석화 기업 통폐합을 통한 에틸렌 270만~370만톤 감산을 요청했다. 이에 두 기업은 대산 NCC 설비를 일원화하고 합작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기로 했다.
통폐합 방식은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한 뒤, 분할 신설 법인을 HD현대케미칼에 합병하고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합병 법인 지분을 절반씩 취득하는 구조다. 지난 6월 기준 대산 산단 내 HD현대케미칼의 에틸렌 연간 생산능력은 85만톤, 롯데케미칼은 110만톤이다. 롯데케미칼 NCC 생산 중단이 유력해 약 110만톤의 에틸렌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통폐합 결정 이후 정부의 다음 타깃은 여수산단으로 옮기질 것으로 알려졌다. 대산 통폐합이 발표된 당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여수 산단을 찾아 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발표한 사업재편계획서 제출 기한은 12월 말"이라며 "기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현재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컨설팅 업체를 선정해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연간 208만톤, GS칼텍스는 90만톤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대산 1호 재편안은 합작 법인을 활용해 HD현대케미칼 중심으로 통합하는 방식이었지만 여수에서는 생산 규모 격차가 커 같은 방식 적용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LG화학과 GS칼텍스는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협의하고 있는데 생산 가능 물량에 비례해 지분을 나누는 LG화학·GS칼텍스 합작 법인 설립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부 설비 중단에 따른 비용·인력 구조조정·감산량 설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석화업계는 대산 1호 재편안에 대한 정부의 지원 규모가 여수 산단 논의의 속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조정 비용, 설비 폐쇄·재가동 비용 등 통폐합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에틸렌 생산을 줄이면 기업 부담이 커진다. 정부가 1호 재편안에 대한 보전과 혜택을 확대할 경우 여수 논의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내달 말까지 여수·울산·대산 등 국내 3대 산단의 에틸렌 감축 논의가 마무리되길 기대하지만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높다. 여수는 정부 압박으로 속도가 붙을 수 있지만 울산은 S-OIL이 감산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울산 산단의 현재 에틸렌 생산 능력은 S-OIL 18만톤·대한유화 90만톤·SK지오센트릭 66만톤인데 S-OIL이 내년 샤힌 프로젝트를 완공해 가동하면 180만톤을 추가 생산할 수 있다. 정부는 업계 자율 컨설팅서 감산량 산정시 샤힌 물량도 향후 전체 공급량에 포함된다는 입장이지만 S-OIL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