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로 동결했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사진=뉴스1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로 동결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하는 등 금융불안 요인이 커진 만큼 통화완화 속도를 늦춘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7월과 8월,10월에 이어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한은은 올해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한 이후 추가 완화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번 결정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반등과 빠르게 늘어난 가계부채, 달러 강세로 인한 환율 불안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0% 오르며 4주 만에 상승폭이 확대됐다. 정부가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수도권 집값 상승 기대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도 동결 판단을 거든 요소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769조2738억원으로, 이달 들어 2조6519억원 증가했다. 이미 10월 전체 증가 폭을 넘어서며 주택·신용대출 모두 확장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환율도 부담 요인이다. 지난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7원을 기록하며 7개월 반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미국 경기 지표 강세와 달러화 수요 확대가 겹치면서 변동성이 커진 영향으로, 금리 인하 시 환율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다.

대외 여건도 금리 동결에 힘을 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0.25%포인트 내리면서 한·미 금리차는 1.50%포인트까지 좁혀졌지만, 한국이 추가 인하에 나설 경우 격차는 다시 1.75%포인트로 확대된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 격차가 벌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과 환율 급등 위험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금융안정에 방점을 둔 선택'으로 평가하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와 수도권 집값에 상승 압력을 줄 수 있고 높은 환율 수준도 금융 안정 측면에서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여전히 강세이고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만큼 한은이 금리를 낮추기보다는 동결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