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해수부 장관(왼쪽), 박형준 부산시장/사진=해수부, 부산시

내년 6월 치러질 부산시장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HMM 본사 부산 이전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HMM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강력한 추진 의사를 밝힌 가운데 박형준 부산시장은 원칙적인 환영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 등 부산 발전의 핵심 현안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역 경제계의 기대감과 해당 기업 노조의 거센 반발이 맞물리면서 이 문제는 두 유력 주자의 정책 역량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공약 선점' 전재수, "반드시 해내겠다" 속도전

부산 북구를 지역구로 둔 3선 국회의원 출신의 전재수 장관은 취임 이후 HMM 본사와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며 이슈를 선점했다. 전 장관은 HMM 이전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임을 분명히 하며 "해수부 입장에서 HMM의 부산 이전은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전 장관의 행보는 내년 부산시장 선거를 겨냥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HMM 본사 유치는 '해양수도 부산'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15조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대형 공약이기 때문이다. 그는 HMM 외 다른 해운사들의 이전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방안까지 언급하며 부산 이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 '큰 그림' 제시 박형준, "환영하지만, 글로벌 해양 허브가 목표"

현직인 박형준 시장은 전 장관이 주도하는 HMM 이전 논의에 대해 원칙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해수부와 HMM 이전 공약에 대해 "정부 출범 초기 100일이 국정과제를 실현할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신속한 추진을 촉구하고 부산시 차원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약속했다.

다만 박 시장은 단순한 기업 이전을 넘어선 '글로벌 해양 허브 도시'라는 더 큰 비전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해수부는 북항 재개발 지역으로, HMM을 비롯한 해운 기업들은 남구 우암동 일대에 집적 단지를 제공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한 HMM 이전 유치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해양 기업 이전 지원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정부에 제안하는 등 실무적인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박 시장은 HMM 이전 문제가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 등 다른 핵심 현안들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해양 기관 이전이 산업은행 이전이나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맞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한 것"이라며 모든 현안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캐스팅보트' 쥔 노조의 반발…풀어야 할 숙제

이전 논의가 무르익는 가운데 가장 큰 난관은 HMM 육상노조의 거센 반발이다. 서울 본사 근무 직원 900여 명이 주축인 노조는 "상장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정치적 폭력"이라며 이전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수도권에 생활 기반을 둔 직원들의 생존권 문제와 해외 고객사와의 소통 비효율로 인한 경쟁력 저하 등을 우려하고 있다.

전재수 장관은 "노동자를 설득해서 동의를 받고 동의를 안 한다면 그냥 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으나 현실적으로 직원들의 동의 없는 이전은 막대한 후유증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내년 선거를 앞두고 두 유력 주자가 노조를 어떻게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지가 HMM 이전 문제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정치권의 선거 공약이 노-정 갈등을 촉발하면서 HMM 부산 이전을 둘러싼 논란은 내년 부산시장 선거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