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디콘(D-CON) 2025' 첫 세션에 메인 패널로 참석해 가상자산 시장 전망과 글로벌 규제 환경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양진원 기자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이 네이버와 두나무 합병 기자간담회에 불참한 가운데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대규모 해킹 사태가 발생했다. 최근 적극적인 대외 행보를 보인 김 부회장이 이유를 밝히지 않고 중요 행사에 불참해 이날 오전부터 자산 탈취 여파를 수습한 것으로 보인다.

두나무는 27일 공지를 통해 "오늘 새벽 4시42분쯤 약 540억원 상당의 솔라나 네트워크 계열 자산 일부가 내부에서 지정하지 않은 지갑 주소(알 수 없는 외부지갑)로 전송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솔라나 네트워크 계열 자산은 블록체인 플랫폼 '솔라나'를 기반으로 발행한 토큰을 말한다.


두나무는 이날 오전 8시55분 긴급점검에 착수하며 디지털자산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했다. 유출된 가상자산은 ▲솔라나(SOL) ▲유에스디코인(USDC) ▲렌더토큰(RENDER) ▲웜홀(W) ▲피스네트워크(PYTH) ▲지토(JTO) ▲주피터(JUP) ▲봉크(BONK) ▲아이오넷(IO) ▲드리프트(DRIFT) ▲레이디움(RAY) ▲오르카(ORCA)다.

여기에 ▲액세스프로토콜(ACS) ▲캣인어독스월드(MEW) ▲매직에덴(ME) ▲오피셜트럼프(TRUMP) ▲두들즈(DOOD) ▲펏지펭귄(PENGU) ▲솔레이어(LAYER) ▲후마파이낸스(HUMA) ▲소닉SVM(SONIC) ▲더블제로(2Z) ▲무뎅(MOODENG) ▲쑨(SOON)도 유출됐다.

두나무는 "비정상적인 출금으로 발생한 디지털자산 유출규모는 확인 즉시 파악했다"며 "업비트 회원의 자산엔 어떠한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전액 업비트 자산으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확인된 유출 규모는 3분기 순이익(2390억원)의 22.5% 수준이다.


두나무는 이날 네이버와의 합병 관련 공동 기자간담회를 네이버 사옥 1784에서 가졌다. 전날 네이버, 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는 각 이사회를 통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네이버 계열로 편입하는 '기업결합'을 의결했다.

이 자리에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그리고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오경석 두나무 대표,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등 3사 최고 경영진이 참석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함께 자리하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퓨쳐위즈 관련 논란 이후 한동안 대외 활동을 자제해왔지만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두나무 콘퍼런스 '디콘(D-CON) 2025'에는 메인 패널로 나서 가상자산 시장 전망과 글로벌 규제 환경 관련 의견을 피력했다. 수년간 은둔하던 김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 전면 등장하면서 향후 적극적인 대외 활동의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과거보다 대외 활동에 충실하던 그는 당초 네이버 두나무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 예정이었지만 수백억원에 이르는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나무는 추가적인 비정상 이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산을 모두 안전한 콜드월렛으로 이전해 놓았다. 회사 관계자는 "가능한 범위 안에서 관련 디지털 자산 트랜잭션(거래) 동결을 위해 온체인상 조치를 취하고 있고 일부 자산(약 120억 상당의 솔레이어)에 대한 동결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머지 자산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추적을 진행하고 있고 관련 프로젝트·기관과 협력해 추가적인 자산동결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안전성이 확보되는 대로 입출금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