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69.9원)보다 1.5원 내린 1468.4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사진=뉴시스

12·3 비상계엄 이후 1년간 원/달러 환율은 좀처럼 안정되지 못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 등 정치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한동안 1400원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비상계엄의 정치적 충격은 사라졌지만 고환율의 상흔은 여전히 시장에 남아있다. 환율이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이후 소비자물가로 전가되는 구조를 고려하면 물가 상방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3일 서울외국환중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올해 11월까지 원/달러 환율의 월평균 매매기준율은 1366~1457원 사이에서 움직였다. 집계치를 토대로 매매기준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12개월 평균 환율은 1419.7원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3 계엄을 포함한 정치적 변수가 당시 환율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월 통화정책 방향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계엄 전 1400원이었던 환율이 1470원으로 올라갔다"며 "계엄 등 정치적인 이유로 한 30원 정도 올라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월평균 매매기준율은 1440원을 웃돌았다. 이후 6월 1360원대까지 내려가며 조정을 받았지만 하락세는 길지 않았다. 10월부터 1400원대로 상승해 지난 11월 1457.77원으로 지난 3월(1456.95원)을 넘기며 연고점을 새로 찍었다.
./그래픽=머니S 강지호 기자

고환율 경계감 상승… 물가 밀어 올리나


환율은 이제 소비자물가의 최대 상방 리스크로 부상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달 2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11월 소비자물가는 고환율 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상승하고 농축수산물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2.4% 상승했다"며 "높아진 환율이 향후 물가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다. KDI는 최근 발표한 '2026년 국내경제 전망'에서 "경기 개선으로 수요 측 하방 압력이 축소되는 가운데, 9월 말 이후 지속되고 있는 환율 상승의 영향이 추가되면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2%)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고환율이 내년 이후 물가 흐름을 흔들 '핵심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환율 상승이 곧바로 물가지표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입물가에서 소비자물가로 이어지는 전달 경로에는 통상 시차가 존재한다. 즉 현재의 고환율이 당장 체감되지 않더라도 환율 상승이 1~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1~2월부터는 본격적인 물가 압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0%에서 2.1%로, 1.9%에서 2.1%로 각각 높였다.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로 오르며 수입 물가가 높아진 점 등을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7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1400원을 넘어가면 금융 안정을 걱정하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외환 시장에 불안은 없다"면서도 "금융 안정의 문제가 아니고 고환율로 인해 물가가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고환율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정부와 외환 당국도 시장 안정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외환시장 불안이 이어지자 당국은 수출기업과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점검에 착수했고 외환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달러 공급 확대 방안도 논의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