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연말 재고 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판매량이 감소세로 전환된 데다 내연기관 수요 둔화를 겪으면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 할인 폭을 크게 넓히며 연말 수요 흡수에 집중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라스트 찬스 프로모션'을 통해 제네시스 주요 모델에 대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모델별로 GV80은 최대 500만원, G80·GV70은 300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지난달에도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제네시스는 '8040 프로모션'을 통해 G80, GV80 2.5 터보 모델 1000대 한정으로 최대 200만원 추가 할인과 함께 유예율 68%의 반납형 할부 혜택을 제공했다. 기존 코리아 세일 페스타 혜택(300만원)과 트레이드 인 보상(200만원)까지 더하면 G80은 최대 700만원, GV80은 최대 900만원까지 할인된다.
제네시스가 연말 프로모션에 나선 것은 재고를 조절하기 위한 조치로 관측된다. G80은 2023년 12월 부분변경을 거쳤지만 이미 2년 차에 접어들며 신차 주기가 중반으로 떨어진 상태다. GV70·GV80 역시 부분변경–풀 체인지 사이의 '사이클 골든타임'에서 벗어나면서 수요 탄력성이 확연히 낮아지는 구간에 진입했다.
내연기관 선호도가 떨어진 점도 판매 감소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중심의 전환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데 제네시스는 현재 대부분 모델이 내연기관 또는 전기차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부재한 공백이 나타나 있고 이에 따라 일부 수요가 렉서스·BMW·벤츠 등 하이브리드 풀라인업을 갖춘 브랜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판매량 둔화 흐름은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1~11월 기준 ▲G80 4만176대 ▲GV70 5만1111대 ▲GV80 4만2964대를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약 20%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해만 해도 GV70과 GV80 모두 6만대를 넘겼지만 올해는 전 차종에서 감소세가 나타났다.
생산 조절 흐름은 생산 라인에서도 나타났다. 울산 5공장 제네시스를 생산하는 51라인의 경우 이번 달 특근이 6일·13일 단 2회에 그쳤다. 해당 라인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는 26.7로, 포터를 생산하는 42라인(UPH 19.5)을 제외하면 울산 공장에서 가장 적다. 코나가 생산되는 11라인과 팰리세이드·싼타페 등 SUV가 생산되는 22라인에 이번 달에만 월 5~6회 특근이 배정된 것과 대비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생산 조정이 하이브리드 모델 투입을 앞둔 라인 정리 성격도 있다고 본다. 제네시스는 본격적으로 전동화 라인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브랜드 최초의 대형 전용 전기 SUV인 GV90 출시가 예정돼 있고 제네시스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GV80 하이브리드도 투입된다. 전동화·하이브리드 생산 혼류를 대비하기 위해 기존 내연 세단 라인의 가동을 줄이고 라인 밸런스를 조정하는 작업이 선행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신차가 투입되면 판매 흐름이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GV80 하이브리드는 시장 공백을 채울 모델로 평가된다. GV90 역시 대형 전기 SUV 시장의 본격 확대에 맞춰 전략적 타이밍에 출시되는 모델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수요 기반을 넓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의 경우 GV60을 제외하면 신모델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현재 GV80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하이브리드 모델 등을 기다리는 수요가 있어 신차 출시가 예정된 내년부터 판매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