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사진=부산시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9일 정치권의 해사법원 본원 부산·인천 분산 설치 결정에 대해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인다"면서도 "항소심 기능만큼은 반드시 부산 전담 구조로 확립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사법원을 가장 먼저 주장했고 가장 필요한 곳도 부산인데 여야 표 계산의 희생양이 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15년에 걸친 부산 시민의 유치 운동을 언급하며 "여야가 지지부진 끝에 본원을 두 곳에 두기로 한 것에 대해 부산 시민은 씁쓸함을 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의 물꼬를 트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대승적 결단을 내린다고 밝혔다.

다만 박 시장은 해사법원의 실질적 기능을 위해 '항소심의 부산 일원화'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박 시장은 "현재 30대 대기업의 90% 이상, 500대 대기업의 77%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고 대형 로펌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며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 정도가 아니라 아예 벼랑처럼 깎아지른 운동장"이라고 현 사법 환경을 진단했다.


이어 "이런 수도권 일극 체제에서 항소 재판부마저 두 곳으로 나눈다면 부산의 해사법원은 '빈 껍데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며 "항소심을 부산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그나마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평평하게 만드는 길이자 실질적 효과를 거두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부산이 이미 세계적인 항만 물류 도시로서 조선·해양산업, 공공기관, 해양수산 대학 등 중심 기능이 집적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해사 사법체계의 중심 역시 부산이 되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해사법원 설치의 '속도전'도 주문했다. 박 시장은 "청사를 짓고 몇 년 후에나 법원을 출범시키겠다는 발상은 한가롭기 짝이 없다"며 "해사법원 부재로 매년 3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국외로 유출되는 현실을 감안해 기존 공간을 활용해서라도 즉시 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대법원도 20세기 초가 돼서야 독립 청사를 갖게 된 사례를 들며 "법원의 위신은 좋은 청사가 아니라 시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박 시장은 "정부 여당은 항소심을 부산으로 일원화하는 해사법원 설치에 즉시 착수함으로써 '해양수도 부산' 공약이 진심임을 증명해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