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자유대학 정부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지난해 4월4일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며 45년 만의 계엄으로 유발된 진통은 일단락됐다. 이후 대선이 치뤄졌고 49.42% 득표율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됐다. 비상계엄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났음에도 양 진영으로 갈린 양극화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6월 대선 득표율에서 20대 남성 74.1%가 범보수 진영, 여성의 64%는 범진보 진영에 표를 던졌다. 20대 남성의 보수화가 짚어지면서 정치권도 주목하고 있다.


작년 2월 동아시아연구원 설문 조사 결과에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절반 이상이 상대 진영을 '매우 싫다'고 답했다. 같은해 11월 한국갤럽 설문조사서도 '계엄 이후 정치적으로 더 양극화가 됐다'고 답한 비율이 77%에 달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2030세대 극우화를 얘기하기도 하지만 이는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보수 이슈에 관심이 커진 박모씨(27·남)는 "(자신의)성향으로 보면 진보가 맞지만 한국의 진보 진영이 싫어 보수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비상계엄·탄핵 등의 이슈가 불거지면서 정치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그는 "친중·반중 이슈들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데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데 중국인 친화적인 정책에 화가 났다"며 "한국은 양당제라 반중 이슈를 선점한 곳은 국민의힘 밖에 없어 지지하게 됐다"고 했다.

박 씨는 2030세대 남성 보수화는 정치권의 갈라치기도 영향을 줬다고 봤다. 박 씨는 "강남역 살인사건 등 페미니스트 운동으로 젠더 이슈가 불거졌고 이대남·이대녀 용어가 등장했다"며 "20대 남녀의 정치 성향이 정치권 움직임 때문에 구분됐다"고 했다. 젠더 이슈를 보수와 진보 양 정당에서 정치적으로 활용하며 20대 남녀 정치 성향이 갈렸다는 것이다.

정치 양극화 해소 위해 선거제도·정당법 바꿔야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그래픽=챗GPT

2030세대 남성 보수화란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배병인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년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굉장히 커 보여 다수처러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외국인에 대한 태도·사회 복지에 대한 견해 등등 무엇을 보수라고 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경제학적 배경을 청년 보수화의 원인으로 꼽았다. 배 교수는 "청년 세대는 극단적인 경쟁 사회에서 살고 있어 공동체 의식보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자신의 삶이 결정된다는 의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며 "교육 현장 자체도 승자 위주인 사회로 흘러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학 졸업 후 취업도 치열해 자괴감과 반발 감정이 청년 세대에 팽배하다"며 "(이같은 사회적 현상이 고착화돼) 보수적 성향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배 교수는 양극화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사회 안전망 확충과 정치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경제 성장의 혜택이 모든 계층에게 골고루 돌아가는게 아니라 특정 계층이 독점하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하면 정치 양극화가 해소된다고 치부해서는 안된다"며 "일회적이고 일시적인 사회 안전망이 아닌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을 보장해줄 수 있는 복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쟁 자체를 없앨수는 없지만 밀려난 사람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론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했다. 배 교수는 "(지금의) 양당제를 깨고 여러 정당이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한다"며 "비례대표제가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 제도 개편 관련 보고서를 통해 현재 300석 중 최소 100석 정도는 비례대표제로 뽑자고 제안했는데 기성 정당의 반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