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새해 첫날부터 베트남 주요 점포를 '그로서리 전문 매장'으로 새단장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수 시장의 성장 정체와 수익성 악화를 해외에서의 성장세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원 투수로 등판한 차우철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가 롯데GRS의 흑자 전환 노하우를 마트에 적용해 실적 반등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1일 베트남 주요 매장인 다낭점과 나짱점을 동시에 리뉴얼 오픈했다. 연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베트남 대표 관광도시이자 소득 수준이 높다는 상권의 특성을 반영해 관광 특화 매장을 넘어 로컬 수요까지 흡수하는 '그로서리(식료품) 전문 매장'으로 전환했다.
다낭점은 식품 매장 면적을 약 30% 확대했고 나짱점은 쇼핑 동선을 재정비하고 먹거리를 보강해 그로서리 기능을 강화했다. 두 곳 모두 델리 매장을 취식 중심으로 재편하고 콘텐츠를 강화해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신주백 롯데마트·슈퍼 베트남 법인장은 "국내에서 축적한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K리테일의 강점을 현지 소비 환경에 맞게 구현해 지역을 대표하는 쇼핑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해외 점포 경쟁력을 키우는 배경에는 국내 사업 부진이 자리한다. 소비 침체 등으로 내수에서 고전하자 연평균 12%대 성장세를 유지 중인 베트남 소매 시장을 실적 회복의 거점으로 삼은 것이다. 롯데쇼핑 그로서리 부문(마트·슈퍼)은 지난해 1~3분기 2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조8812억원으로 5.6% 줄었다.
'해결사' 차우철의 승부수... GRS 성공 노하우 이식
실적 반등을 위한 적임자로 낙점된 차 대표는 주특기인 '글로벌 확장' 노하우를 마트에 이식하고 있다. 그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파트너스 데이에서 협력사들에게 "앞으로 국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해외 사업을 확대해 동반성장의 기회를 넓히겠다"고 강조하며 공격적인 글로벌 행보를 예고했다.
차 대표는 롯데GRS 대표 재임 시절 코로나19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조직의 체질 개선과 실적 반등을 이끌어냈다. 베트남 패스트푸드 시장 점유율 1위인 롯데리아의 말레이시아와 미국 진출을 주도하며 글로벌 사업 역량을 증명했다. 2020년 1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롯데GRS는 차 대표 선임 이후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롯데그룹도 차 대표를 "롯데GRS 재임 시절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신사업 경쟁력 강화, 글로벌 사업 확장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행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문한 글로벌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신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계열사들의 글로벌 성과를 가장 먼저 언급하며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기존 핵심사업에서의 혁신을 완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차 대표의 적극적인 전략이 그룹 차원의 방향성을 구체화한 사례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동남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베트남에서는 그로서리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고 올해 하반기 오픈을 목표로 신규 출점을 준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추가적인 점포 리뉴얼을 검토·추진하면서 도매와 소매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매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 대표는 롯데리아를 통해 베트남 소비자의 취향과 현지 유통망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며 "GRS 시절 보여준 흑자 전환 성공 경험이 마트와 슈퍼의 글로벌 통합 시너지와 결합한다면 실적 반등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