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 AI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입장하고 있다. 2025.06.20. [email protected] /사진=고범준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의 첫번째 메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전남 해남 솔라시도 AI(인공지능)데이터센터가 검토되고 있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AI에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정부의 인식이 깔려 있다.

AI데이터센터가 최우선 투자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크게 4가지다. △국내 AI 이용 수요 충당 △고수익 기대 △데이터주권 보호 △국산 AI 반도체 수요처 창출 등이다.


AI데이터센터 수요 폭발에 공급 병목


현재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은 단순한 '확장기'를 지나 폭발적인 수요와 제한적인 공급이 충돌하는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지적이다. IT(정보기술) 업계에선 AI 시장이 질문에 답하는 '챗봇(Chatbot)' 단계를 넘어 AI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행동하는 '자율 에이전트(AI Agents)'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이는 데이터 수요의 급증을 초래하는 핵심 트리거(Trigger)로 꼽힌다. 과거 데이터 트래픽은 입력 속도와 수면 시간 같은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에 종속돼 있었지만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기계가 기계와 소통하며 24시간 데이터를 생성한다.

예컨대 인간은 몇 차례의 검색만으로 여행 계획을 수립하지만,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AI 에이전트는 항공권과 숙박 예약, 현지 동선 최적화를 위해 외부 플랫폼과 복잡한 API 통신을 주고받으며 수천 회의 연산을 통해 최적해를 도출한다. 단일 작업을 위해 소모되는 연산량과 데이터가 기존 대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구조다.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가 "향후 추론 수요가 10억 배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반면 데이터센터 공급은 심각한 병목 상태에 놓여 있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북미 주요 데이터센터 시장의 공실률은 1.6%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는 전력과 부지 확보의 어려움으로 신규 공급이 제한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적 공급 부족 국면에서 AI데이터센터에 투자할 경우 향후 수십 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AI데이터센터의 수익률은 전통 인프라 자산을 웃돈다. 도로와 항만 등 민자사업의 기대 수익률이 연 4~5% 수준인 반면 데이터센터의 자본환원율(순영업소득/자산가치)은 6~7%대에 형성돼 있다. 여기에 전력 공급 확약과 인허가 신속 처리 등 정책 지원이 더해질 경우 내부수익률(IRR)이 2~3%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연 8~10% 수준의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들은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싱가포르의 전력난 등 대외 변수 속에 한국의 우수한 전력 품질과 통신 인프라가 부각된 결과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시아태평양(APAC)의 핵심 디지털 거점으로 격상된 것으로 평가한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 2025'에 AI데이터센터가 전시되어 있다. 2025.11.03. [email protected] /사진=홍효식

국내 AI데이터센터, 선택 아닌 필수


일각에서는 이미 고도화된 글로벌 빅테크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대신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자율주행이나 로봇 제어처럼 지연 시간이 치명적인 서비스는 해외 서버가 아닌 국내 '엣지(Edge)' 데이터센터에서 처리돼야 한다. 엣지 데이터센터는 데이터 생성 지점이나 사용자와 가까운 네트워크 가장자리에 위치한 것을 말한다.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디지털 지도 반출 관련 논란이 그 사례다. 이밖에도 행정·금융·의료·국방 등 국가 핵심 데이터가 해외 서버에 저장될 경우 해당 국가의 법령이나 외교 환경에 따라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 자체 인프라가 없으면 국내 기업이 고가의 사용료를 지불하며 해외 자산을 임차해야 해 글로벌 빅테크의 가격 정책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데이터 보안 전문가는 "식량 안보를 위해 농지를 지키듯 데이터 안보를 위해 물리적인 '소버린 AI 요새'를 국내에 보유해야 한다"고 했다.

업계에선 향후 국내 AI 이용 수요에 비춰볼 때 전력소비량 기준으로 최소한 1기가와트(GW) 규모의 AI데이터센터 건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향후 5년 내 현재의 2~3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해서다.

이 경우 약 50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크게 건물과 설비를 짓는 '코어 인프라'와 그 안을 채우는 'IT 자산'으로 나뉜다. 건축 및 전력 설비 비용으로만 15조~20조 원이 소요된다. 여기에 GPU(그래픽처리장치)와 AI 서버, 네트워크 장비 등 핵심 IT 자산 확보에 전체 비용의 60%가 넘는 30조~35조 원이 투입돼야 하는 구조다.

AI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투자는 국내 산업 전반에 막대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는 국산 HBM과 차세대 AI 가속기의 대규모 수요처이자 '테스트베드'를 확보하게 된다. 전력기기와 냉각 설비 분야 역시 성장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 업계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을 위한 시공 실적을 확보할 수 있다. 정책적 시너지도 기대된다. 대규모 전력 소비 거점을 지방에 구축하는 것은 송배전망 효율화를 꾀하는 정부의 '에너지고속도로' 정책과 맞물려 국가 전력망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송배전 효율 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전력 공급이 늘어날 새만금 지역 등을 입지로 선택하는 방안도 업계에선 거론된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AI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역할 분담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건물과 전력, 냉각 설비 등 기반 시설은 국민성장펀드나 한국형 국부펀드가 투자해 토대를 닦고, 교체 주기가 짧고 감가상각이 큰 GPU와 서버에 대한 비용은 입주 기업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자산 성격에 맞춰 투자 주체를 나누는 것이 막대한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고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해법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