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발전 공기업 5사(서부·남부·남동·중부·동서발전) 구조개편 논의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일부 기업 역할을 유지하는 이른바 '선별 존치'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업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거나 지역 내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발전사의 역할 조정이 불가피하단 분석이다. 내부 화력발전소 폐쇄가 이어지는 서부발전과 중부발전, 본사 지역 내 뚜렷한 존재감이 없는 동서발전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의 탈석탄 및 공기업 통폐합 기조가 맞물리면서 발전 5사를 둘러싼 개편 시나리오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등 정부 핵심 관계자가 발전 5차 체제에 의문을 품는 만큼 관련 계획이 가시화되고 있다. 발전 5사는 2001년 공기업 구조조정·시장경쟁 촉진을 취지로 분리됐지만 비슷한 사업 포트폴리오 속 비효율과 안전 문제만 반복해왔다.
대표적인 구상안으로는 발전 5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한국발전공사' 설립과 함께 일부 공기업 역할을 축소해 새로운 발전 자회사로 기능을 통합시키는 방안이 있다. 정부가 기존 석탄발전소 폐지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근래 설비가 종료됐거나 지역 내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발전사들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태안화력 1호기 가동을 마친 서부발전도 발전 5사 구조개편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다. 500MW급의 표준 석탄 화력인 태안화력 1호기는 지난달 31일 공식 발전이 종료됐다. 이번 정부 들어서 석탄발전이 종료된 첫 사례다. 앞으로 태안 화력발전 10기 중 6기는 2032년까지 모두 가동이 종료될 방침이다. 중부발전 또한 지난 2021년 보령화력발전소 1·2호기 문을 닫은 바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유휴 기반시설을 활용해 대체 산업을 발굴하겠단 구상이지만 현재 여건상으론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일례로 태안의 경우 해상풍력 운·정부 부두 설치, 주민참여형 태양광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사업 시 복잡하고 긴 인허가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게 제일 큰 장벽이다. 대체로 대형 태양광 사업은 기획부터 상업 운전까지 부지확보, 인허가 등을 포함해 평균 4년이 소요된다. 태양광 설치 장소를 정할 때 중앙정부 지침 외에도 지자체별 조례가 존재해 이를 충족하려면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
풍력 역시 해상풍력은 평균 8년, 육상풍력은 5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해상풍력은 건설 시 공유수면 점·사용허가 등 약 30개의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속도가 훨씬 더디다.
지역 기여도 측면에서는 동서발전의 입지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본사와 핵심설비가 위치한 울산에서의 존재감이 제한적이라 조직 재편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국내 최대 산업 도시인 울산은 다양한 제조업 기업이 밀집한 지역으로 발전 공기업의 역할이 지역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준은 아니란 평가다.
실제로 본사 기준 동서발전을 제외한 남부·남동·중부·서부발전은 각각 부산, 진주, 보령, 태안에서 지방세를 가장 많이 납부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대형 설비를 기반으로 지역에 일정한 기여를 하고 있는 당진 사업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능은 축소될 수 있다.
LNG 발전 경쟁력 역시 생존 여부를 가르는 변수다. 정부가 2035년까지 석탄화력발전기 28기를 모두 LNG를 전환할 예정인 만큼 LNG 역량을 둘러싼 격차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도 동서발전의 긴장감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동서발전의 LNG 발전 비중은 10%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어, 지역 내 제한적인 역할과 맞물려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단 예상이다.
정부는 석탄 폐지 로드맵은 공고히 하고 있다. 이호현 기후부 2차관은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력분야 10개 및 원전·기타 에너지 분야 11개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업무보고 후 "국정과제상으로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지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조기 폐지가 불가피한 면도 있다"면서도 "기존의 전력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지역 경제도 같이 살릴 수 있는 방안들이 뭐냐는 부분들에 주로 집중적인 논의가 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