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그린란드를 이유로 EU에 최대 25%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 이어 EU 역시 대미 보복 관세 패키지 검토에 나섰다. 양측의 정면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일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0일 외신에 따르면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유럽 8개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다음달 1일부터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오는 6월1일부터는 이를 25%까지 인상하겠다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 조치는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이 완료될 때까지 유지된다.
미국은 유럽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관세 부과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이냐는 질문에 "100%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유럽도 단체 행동에 나설 전망이다. 유럽는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반강압 도구(ACI)를 포함한 160조원(약 1080억달러) 규모의 대미 맞보복 관세 패키지를 검토하고 있다. ACI는 유럽이나 회원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제3국에 서비스, 외국인 직접투자, 금융 시장, 공공 조달, 지식재산권 등의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즉각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9일(현지시각)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주가는 최대 6.7% 하락했으며 BMW (-7%)와 폭스바겐 (-5.4%) 등 독일 자동차 3사의 주가도 동반 폭락했다.
유럽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관세 중첩'에 따른 비용 압박이다. 이번 관세가 지난해 초 합의된 15% 관세에 추가로 얹어질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린란드 보복 조치로 10%의 관세가 추가되면 당장 다음달부터 25%, 6월부터는 40%(15% + 25%)의 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에 미국은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시장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전 세계 판매량 중 약 15%인 37만4000대 이상을 미국에서 팔았다. 매출 비중으로 보면 BMW(20%)와 벤츠(26%) 모두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당분간 관세 인상분을 자체 흡수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전기차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 그룹도 고심이 깊다. 미국 현지 공장을 보유한 일부 모델과 달리 포르쉐와 아우디는 전량 유럽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구조다.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대당 가격이 수천만 원씩 뛰어 프리미엄 시장 내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폭스바겐 그룹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관세 및 그에 따른 보복 관세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경제권의 성장과 번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 전체, 글로벌 공급망, 관련 기업뿐 아니라 고객까지 모두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완성차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최근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통해 기존 25%였던 관세율을 15%로 인하하며 관세 부담을 줄인 상태다. 여기에 주요 경쟁사인 유럽 완성차들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다면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
핵심은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다. 유럽 브랜드들이 관세로 인해 가격 인상 압박을 받는 동안 현대차·기아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벤츠와 BMW가 주도하던 럭셔리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반사이익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차가 관세 대응을 위해 가격을 올리거나 수익성을 포기해야 하는 처지인 반면 현대차그룹은 안정적인 가격 정책을 유지하며 유럽산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구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