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 서울시장과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부동산을 중심으로 누가 더 설득력 있는 '서울의 미래상'을 제시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현충탑 참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전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박빙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후보들의 정책이 판세를 뒤흔들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서울 시민의 가장 절실한 과제인 '부동산'을 중심으로 누가 더 설득력 있는 미래상을 제시하느냐가 선거의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15일 뉴스1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6~27일 만 18세 이상 서울 시민 803명(응답률 10.1%)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 구청장은 24%, 오 시장은 23%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12%),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9%)이 뒤를 이었고 '선호 후보 없음' 응답도 20%에 달했다.


아직 표심이 뚜렷하게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일까지 판세를 뒤흔들 만한 대형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정책이 승부를 가를 요소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학에서는 유권자의 투표 행태를 동기에 따라 크게 '전망적 투표'와 '회고적 투표'로 구분한다. 전망적 투표는 공약과 비전에 대한 기대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방식이고, 회고적 투표는 집권세력의 국정·정책 성과를 평가해 심판하거나 보상하는 방식이다.

대개 지방선거는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대선, 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망적 투표의 성격을 더 강하게 띄는 경향이 있다. 이번 선거의 경우 현 정부 출범 이후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치러져 아직 평가할 '성적표'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김대중 정부 출범 100일 즈음에 열린 1998년 지방선거에서 여권은 광역단체장 16석 중 10석을 차지했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232곳 가운데 113곳에서 승리했다.

서울시장 선거의 판세를 좌우할 최대 이슈는 단연 부동산이다. JTBC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지난해 12월29~30일 서울 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꼽은 응답이 35%로 가장 많았다.

오세훈, '신통기획' 앞세운 5선 도전… 공급 부족 정면돌파


오세훈 서울시장은 선거 과정에서도 2021년 재선 이후 추진해온 신속통합기획, 모아타운 등 민간 주도형 공급 모델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사거리에서 홍제천 일대 내부순환로 현장을 둘러본 뒤 소감을 밝히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5선 서울시장' 도전에 나서는 오 시장은 2021년 3선 이후 4선째인 현재까지 5년 간 추진해 온 신속통합기획, 모아타운 등 민간 주도형 공급 모델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오 시장은 새해 첫 공식 일정으로 재건축 현장을 찾으며 주택 공급과 정비사업 의제를 다시 전면에 꺼내들었다. 주택시장 불안의 원인이 공급 부족이라는 유권자층의 인식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주택 문제를 복지·분배보다 도시 경쟁력과 공급 속도의 문제로 접근해 왔다. 규제 완화와 민간 참여 확대를 통해 정비사업의 병목을 풀고 서울의 성장 동력을 되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7월부터는 정비사업 현장을 잇달아 찾으며 대출 규제와 공공 공급 중심의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해 왔다. 9·7 부동산 대책과 차별화를 내세운 '신속통합기획 2.0'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 2031년까지 한강 벨트 19만8000가구를 포함해 총 31만가구 착공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원오, '일잘러' 구청장의 도전… 분권형 행정과 예측 가능성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소규모 정비사업의 경우 정비구역 지정 등 권한을 서울시가 아닌 자치구로 이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8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2026 신년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오 시장을 위협하는 최대 라이벌로는 민주당 소속의 정 구청장이 거론된다. 생활 밀착형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그는 아직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여권에선 사실상 가장 유력한 후보 가운데로 간주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일잘러'라는 평가를 받으며 존재감이 한층 더 부각됐다.

정 구청장의 핵심 키워드는 '분권형 행정'이다. 소규모 정비사업의 정비구역 지정 권한 등을 서울시에서 자치구로 이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기초자치단체에 권한을 넘기면 행정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여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에 대해 공급 확대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진정한 속도감을 위해서는 "추진 창구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차별점은 '예측 가능성'이다. 정 구청장은 주택 공급 물량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단기 성과 위주의 공급 발표보다 중·장기 로드맵을 통해 시민과 시장이 미리 가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주택 정책 책임자가 해야 할 일은 공급과 수요를 균형 있게 관리하는 일"이라며 "서울 주택시장의 최고 책임자인 시장 역시, 공급은 예측할 수 있게 관리하고 수요는 시장에 과도한 신호를 주지 않도록 안정시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