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조각투자 시장이 인프라 전쟁에 돌입했지만 속도가 더딘 국내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국내 STO(토큰증권유통) 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됐지만 관련 인프라 구축은 더디다. 특히 유통 플랫폼은 문을 열지 못해 글로벌시장과 경쟁할 '골든타임'을 놓칠 위기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디지털 금융 주권을 지킬 마지막 기회'라며 당국의 빠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토큰증권 법제화가 완료됐지만 실제로 거래될 유통 플랫폼 예비인가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선물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난 7일 정례회의에서 조각투자 유통플랫폼 사업자 예비인가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안건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위는 "각 부처끼리 이견을 조정 중이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지만 지체된 국내 상황과 달리 글로벌 시장은 이미 질주를 시작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지난 19일 블록체인 기반 토큰증권 플랫폼 도입을 발표했다. 24시간 무중단 거래와 'T+0' 실시간 결제를 지원하며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 시 연내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나스닥도 올 3분기를 목표로 토큰증권 인프라 구축에 착수했다.

일본은 속도가 빠르다. 토큰증권 누적 발행액이 이미 6조원을 돌파했다. 미쓰비시UFJ은행(MUFG)은 개인투자자 대상 토큰증권 플랫폼 ASTOMO를 운영 중이다.


독일의 21X는 세계 최초 블록체인 증권거래소로 이미 출범해 디지털 채권 거래를 중개하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도 최근 토큰화 예금 기반 블록체인 결제 서비스 DiSH를 공개했다. SWIFT는 30개 은행과 협력해 24시간 실시간 국경 결제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관련 인프라 전쟁에 돌입했다. 리플과 BCG(보스턴컨설팅그룹)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토큰화 자산 시장은 올해 4000억 달러(약 540조원)에서 2033년 18조9000억달러(약 2경68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상황은 글로벌시장 흐름과 정반대다. BCG가 2030년 국내 토큰증권 시장 규모를 367조원으로 전망하며 기대감이 커졌지만 본격적인 시장 활성화 문턱에서 멈춰서다.

유통플랫폼인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사업자 결정 지연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그 배경에는 각 부처의 이견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업 참여에 나섰지만 탈락이 유력해진 것으로 판단한 루센트블록이 '스타트업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반발하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를 거들었고 또 다른 사업자들 사이에선 "루센트블록만 스타트업이 아니다",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대립각을 세우는 중이다.

실제로 예비인가 대상으로 선정된 KDX(한국거래소·코스콤 컨소시엄)와 NXT(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에는 뮤직카우·카사코리아·펀블·세종디엑스 등 규제 샌드박스를 졸업한 조각투자 사업자 4곳이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수년 동안 샌드박스에서 음악 저작권, 미술품, 주식 조각투자 실적을 쌓으며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업계는 이번 예비인가 지연을 특정 기업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국가 금융 인프라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통 인프라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혁신 공로와 금융투자업 인가 기준은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며 "규제 샌드박스는 실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치일 뿐 영구적인 시장 주도권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원칙 준수는 속도를 늦추는 방지턱이 아니라 대형사고 없이 달리기 위한 안전장치"라며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글로벌 수준의 자본력과 인프라를 갖춘 곳부터 먼저 문을 열어주는 것이 시장 전체를 살리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