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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의 요금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디즈니플러스, 아마존까지 구독료를 올리기로 한 가운데 이러한 현상을 가리키는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용어)라는 말도 생겨났다. 과거 저렴한 요금제로 콘텐츠 시장의 새바람을 불고 왔던 이들 OTT가 이용자수 정체와 제작비 상승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월 "최근 1년 새 OTT들의 광고 제외 구독료가 평균 25% 폭등했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7월 광고가 붙지 않는 요금제 중 제일 저렴한 기존 모델 '베이직 멤버십(월 9.99달러)'의 신규 가입을 차단했다. 광고 없이 넷플릭스를 보려면 '스탠다드 멤버십'(월 15.49달러)을 가입해야 한다.
요금을 올린 것은 아니지만 저렴한 요금제를 폐지하면서 사실상 인상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파업 종료 후 미국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전 세계 구독자를 대상으로 광고 없는 멤버십 구독료를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는 디즈니플러스가 11월1일부터 새 구독 모델을 적용해 요금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엔 월 9900원 요금제만 있었지만 이를 두 개로 분리, 월 1만3900원의 '디즈니플러스 프리미엄'와 9900원의 '디즈니 플러스 스탠다드' 요금제로 나뉜다.
이제까지 월 9900원으로 프리미엄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4000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기존 9900원 요금제는 새로 나오는 프리미엄 요금제와 서비스 면에서 차이가 없다. 디즈니플러스 스탠다드는 프리미엄 요금제과 비교해 동시 재생 기기 수가 적고 영상 화질도 최대 HD(1080p)급으로 제한된다.
아마존 역시 최근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프라임' 구독료를 내년부터 인상한다고 밝혔고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는 디스커버리플러스 구독료를 기존 6.99달러에서 8.99달러로 올릴 예정이다.
글로벌 OTT들은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용자 수가 정체되고 콘텐츠 제작비까지 오르자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디즈니는 지난 2분기의 스트리밍 서비스 손실 규모 5억1200만달러(6830억원)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넷플릭스 매출액도 전년보다 2.7%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다.
여기에 요금을 인상해도 기존 가입자가 이탈할 우려가 적다는 판단이 배경으로 꼽힌다.
웨이브와 티빙, 왓챠 등 토종 OTT들은 요금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구독료를 올리면 불경기에 여론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OTT들과 비교해 콘텐츠 경쟁력도 밀리는 상황이어서 섣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적자 폭이 계속 늘고 어렵지만 구독료 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