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 지주사 전환, '깨진 독 물 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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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대전 이야기다. 해전에서 맥을 못 추던 조조의 군사들은 배들을 서로 묶어 육지처럼 만들면서 강세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동남풍이 불면서 형세가 뒤집혔다. 묶인 배들은 화공(火攻)으로 인해 전부 불에 타버렸고 참패를 당한 조조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쳐야 했다. 도망치는 길에는 겨울비까지 내렸다고 한다.

한라그룹이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순환출자구조는 적벽에서 배를 서로 묶은 전략처럼 일사불란한 효율적인 지휘체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는 하나가 무너지면 모두 쓰러진다. 오히려 각각의 독립된 기업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더욱 안정적일 수 있다.

한라그룹 계열사인 만도는 지난 7월2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지주회사인 한라홀딩스와 신설 사업회사 만도로 기업분할을 결정했다. 회사 분할안에 전체 주주 66%가 의결권을 행사했고, 이 가운데 74%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만도의 기업분할은 오는 9월1일, 신설 사업회사 만도는 10월6일 거래소에 재상장된다.

기업분할 전 한라그룹은 ‘한라(17.29%)→만도(100%)→한라마이스터(15.86%)→한라’의 순환출자구조다.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으로 만도와 한라의 직접적인 지분관계가 사라지면서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진다. 한라가 보유하고 있는 만도 지분 17.29%를 한라홀딩스에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라그룹의 순환출자구조 해소는 적벽에서 참패한 조조의 전략과 반대되는 배경에서 내려진 결정일까. 이를 놓고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심상찮은 시장 분위기

지난 4월 초 한라그룹은 만도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그룹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시장으로부터 환영받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만도를 지주회사 한라홀딩스와 신설 사업회사 만도로 분할한다는 계획을 공개하자 만도 주가는 하락했다. 앞서 만도는 지난해 5조6356억원의 매출과 312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4%, 영업이익은 22.1%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액 1조4230억원, 영업이익 85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각각 4.2%, 4.0% 증가하는 실적을 거뒀다. 실적에서 주가가 하락할 이유는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만도의 현금자산 5000억원 중 4500억원을 한라홀딩스가 가져가고, 부채 2조2000억원 중 1조8000억원을 만도가 떠안게 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만도의 계열사인 한라마이스터와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도 한라홀딩스로 넘어가는 상황이다. 이처럼 핵심 자산을 한라홀딩스에 넘기면서 만도의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만도를 분할하는 과정에서도 반발은 거세게 일었다. 만도의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우려한 이들의 반응이었다. 특히 만도의 지분 12.95%를 가진 2대 주주 국민연금은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지며 지주회사 전환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한라(17.29%)와 정몽원 회장(7.71%) 등의 결정은 바꾸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이번 기업 분할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류승희 기자
/사진=류승희 기자

◆오너 일가 위한 편법 논란

한라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반발은 만도가 자회사인 한라마이스터를 통해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라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36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비롯됐다. 한라그룹이 순환출자구조로 바뀐 시기도 이 때다.

사실 한라그룹은 1996년까지만 해도 재계 12위에 올라 있던 대기업이었다. 이후 부채비율이 현상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면서 순위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듬해 1월 취임한 정몽원 회장은 곧바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외환위기 파고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룹해체라는 상황에 처했고 결국 대부분의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다 외국자본을 들여와 기업 정상화에 집중한 결과 매각했던 만도를 지난 2008년 다시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악재는 다시 몰아쳤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건설사인 한라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만도가 순환출자구조를 이용해 한라를 우회 지원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급기야 오너 일가가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라를 살리기 위해 계열사를 이용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반발이 심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적 회복이 불투명한 한라를 또 지원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 남아 있어서다.

◆꾸준히 제기되는 합병설

지주회사 전환에 반대 의견이 나오자 한라그룹은 정관까지 변경하는 강수를 뒀다. 앞으로 한라홀딩스가 한라 증자에 참여하거나 자산을 매입해 자금을 지원하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받게 된다. 주주총회 특별결의는 정관변경, 회사해산, 합병 등 주요사업에만 받는다. 지주회사 전환을 거세게 반대했던 주주들의 마음은 이를 계기로 찬성표로 바뀌었다. 한라그룹이 정관을 변경하면서까지 지주회사 전환을 강행한 이유는 만도의 우회 지원 논란에 대한 의구심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라홀딩스와 한라가 합병하고 정몽원 회장이 한라홀딩스를 통해 만도를 지배하는 시나리오가 적잖게 제기된다. 한라는 2012년 2390억원, 2013년 428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또 지난 1분기 영업이익 121억원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2분기에도 영업이익 205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건설경기 장기침체 여파로 실적 회복세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한 정몽원 회장은 23.58%의 한라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라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가까워진다. 한라그룹의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한라홀딩스와 한라 합병설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한라그룹은 이번 지주회사 전환이 만도의 기업 전문성과 글로벌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한라홀딩스와 한라의 합병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라그룹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신사현 만도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체제 도입을 통해 부실 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차단하는 등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순환출자 문제도 해결된다”며 “사업회사인 만도는 기술개발과 미래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책임경영 체제를 보다 확고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성필
박성필 [email protected]

산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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