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콩밥, 더 이상 가난의 상징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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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밥을 싫어하는 어린아이들이 많다. 초등학교 급식 때 콩밥이 나오면 콩을 골라내는 아이도 있다. 영양사가 습관을 고쳐주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다. 가정에서도 부모가 콩을 먹이기 위해 아이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기도 한다.

옛날 아이들도 콩을 싫어했다. 이는 1936년 ‘조선중앙일보’에 실린 동시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콩밥을 보면 넌더리가 나요. 우리 집은 매일 콩밥만 짓지요. “엄마, 나 콩밥 먹기 싫어, 쌀밥 지어, 응”하고 졸랐더니 엄마는 “없는 집 자식이 쌀밥이 뭐냐, 어서 못 먹겠니?”라며 부지깽이를 들고 나오셨다. 나는 꿈쩍도 못하고 안 넘어가는 콩밥을 억지로 넘겼지요. 해마다 쌀 농사는 짓는데 밤낮 왜 우리는 콩밥만 먹을까?’

이처럼 넉넉지 못한 살림에는 쌀밥이 아닌 콩밥만 해주는 엄마의 애환이 있었다. 요즘 어른들은 콩밥을 나름 잘 먹지만 입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흰쌀밥이 제일 맛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콩밥 먹일 수 없다” 한마디에…

콩밥이 오래전부터 부정적 이미지로 천대받았음은 여러 기록에도 나와 있다. 역사서 <한서> 중 ‘열전’을 보면 기원전 3세기 진시황이 죽은 후 반란이 일어났던 시절, 유방과 천하를 놓고 다투던 항우가 초패왕이 된 배경에 콩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진나라의 공격을 받는 조나라를 돕고자 초나라 군대가 나섰을 때 병사들이 힘을 다해 싸운 이유 중 하나가 콩밥이었다. 애초 초군의 총사령관은 송의였고 항우는 부사령관이었다. 굶주린 백성과 병사들에게 콩밥을 먹일 수 없다는 항우의 말에 병사들이 사기충천해 전투에서 대승했다.

유향이 쓴 <전국책>에는 콩밥과 콩잎국을 청빈한 생활을 의미하는 ‘두반곽갱’(豆飯藿羹)이라며 변변치 못한 음식으로 표현했다. 만주지역이 원산지인 콩은 척박한 땅에서도 물만 있으면 잘 자라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곡식이었다. 그러나 먹을 때 질감이 거칠고 비린 맛이 있어 배고플 때나 먹는 보리보다 못한 잡곡으로 취급받았다.


콩밥이 갖는 최악의 이미지는 교도소다. ‘콩밥 먹는다’는 말은 죄를 짓고 감옥에 간다는 것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콩밥 좀 먹어봐라”라는 말은 가장 심한 악담이고 “콩밥 먹게 해주겠다”는 말은 감옥에 보내겠다는 협박이다.

실제로 교도소에서 먹는 밥에는 쌀보다 콩이 많이 들어있었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재소자가 먹던 밥은 쌀 10%에 콩 40%, 좁쌀 50%를 넣어 지었다. 1957년 주식혼합비율은 쌀 30%, 콩 20%, 잡곡 50%로 쌀은 여전히 절반이 안됐다.

1986년 교도소 수용자 급식제도 지침이 쌀 50%, 보리 50%로 바뀌면서 콩이 교도소 밥에 들어가지 않게 됐다. 쌀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 1989년 쌀 60%·보리 40%, 1994년 쌀 70%·보리 30%, 1995년 쌀 80%·보리 20%, 2008년 쌀 90%·보리 10%로 바뀌었다.

2014년에는 아예 쌀 100%로 지침이 개정됐다. 재소자들이 콩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잡곡 한알도 섞이지 않은 흰쌀밥을 먹게 된 것이다. 법무부의 ‘형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이 쌀밥을 지급하도록 개정된 것은 쌀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가난 상징’ 콩, 이젠 쌀보다 비싸다

이제는 쌀보다 보리가 비싸고 보리보다 콩이 더 비싸다. 감옥에 간다는 뜻으로 ‘콩밥 먹는다’란 말 대신 ‘쌀밥 먹는다’란 말이 쓰일 만하다. 맛과 영양가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교도소 수용자에게 콩이 많은 밥을 준 것은 적은 돈으로 단백질 함유량이 많고 영양이 풍부한 밥을 준 셈이었다. 요즘에는 교도소에서 고기를 비롯해 질 좋은 반찬도 제공돼 콩을 먹지 않더라도 충분히 단백질 공급이 이뤄진다.

요즘 현명한 주부는 지출비용을 늘리더라도 가족의 건강을 생각해 콩을 비롯한 여러 잡곡으로 혼합잡곡밥을 짓는다.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흰쌀밥이 요즘에는 비만과 당뇨를 유발하는 건강의 적으로 치부되고 가난의 상징으로 천대받던 콩밥이 잘 사는 집의 건강식으로 떠올랐는데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쌀밥은 식후 혈당이 빠르게 올라가는 반면 콩밥은 천천히 올라간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콩류가 혈당치와 혈압을 개선하고 심장마비 위험도 줄인다. 콩에 들어있는 성분 중 올리고당은 대장 내 유용균인 비피더스균을 증식시켜 유해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제6의 영양소로도 불리는 식이섬유도 쌀보다 콩에 훨씬 더 많이 함유됐다.

콩은 ‘밭에서 나는 소고기’로도 불린다. 소고기나 돼지고기의 단백질 함유량이 20%인데 반해 노란콩 대두와 검정콩의 단백질 함량은 40%가 넘기 때문이다. 대두의 100g당 열량은 175kcal로 쇠고기의 298kcal보다 훨씬 적고 무기질인 칼슘은 대두가 75mg으로 쇠고기의 8mg보다 훨씬 많다.

지방산은 불포화지방산에 비해 포화지방산비율이 낮을수록 좋은 식품인데 콩의 포화지방산비율은 약 15%로 44%인 쇠고기의 3분의1에 불과할 정도로 우수하다.

콩 속의 불포화지방산은 몸에 꼭 필요한 오메가6와 오메가3가 이상적인 비율로 들어있어 혈관을 튼튼하게 해준다. 다만 콩은 조직이 단단하고 단백질 분해효소인 트립신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물질이 있어 단백질의 소화흡수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다행히 콩을 익히면 소화흡수율이 60%로 올라가고 끓는 물에서 가열하면 소화흡수를 방해하는 물질이 거의 비활성화돼 콩의 단백질 소화흡수율이 80%로 올라가므로 조리법에 신경 쓰면 된다. 된장의 소화흡수율이 85%, 청국장은 90%, 두부는 95%나 되는 만큼 콩으로 만든 식품을 애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콩에는 단백질, 불포화지방, 탄수화물 외에 비타민B1, 비타민E, 칼슘, 마그네슘, 칼륨, 철분을 비롯해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미량의 영양소들이 풍부하다. 오래전 한국의 <고려본초학>, <동의보감>은 콩의 해독작용을, 중국 <본초강목>은 콩이 신장과 방광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기술했다.


/사진=뉴시스 방지원 기자
/사진=뉴시스 방지원 기자

◆암·치매·비만 예방까지

최근 콩에 함유된 성분들이 건강에 어떤 좋은 작용을 하는지를 밝힌 연구가 여러개 발표됐다. 콩의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물질로 폐경기 여성의 골 손실을 줄여 골다공증을 예방해준다. 전립선암, 유방암, 난소암, 대장암, 피부암 등에는 항암효과가 있다.

콩류를 많이 먹는 한국과 일본이, 적게 먹는 미국에 비해 유방암과 전립선암 발생비율이 훨씬 낮다. 심혈관계질환에도 예방 효과가 있어 악성 콜레스테롤인 LDL을 낮춰주며 동맥경화증 진행을 억제한다. 또 노인성치매 예방 효과와 항산화 활성 기능이 있다.

이소플라본은 콩 이외의 식품에는 매우 적게 함유돼 콩을 통해 섭취하기가 가장 쉽다. 그러나 과잉섭취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콩, 두부 등 식품이 아닌 이소플라본 농축 건강기능제품을 직접 섭취하는 경우에는 유의해야 한다.

인삼에 들어있는 사포닌도 콩에 함유된 영양소다. 사포닌은 노화를 촉진하고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과산화지질을 분해한다. 지방의 합성과 흡수를 억제해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사포닌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요오드가 몸 밖으로 배출돼 요오드 결핍으로 인한 갑상선호르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요오드가 풍부한 미역·다시마 등을 함께 먹어 보완할 수 있다. 콩에는 그 외 기능성 성분들도 들어있는데 레시틴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감소를 막아줘 뇌의 기능을 잘 유지해준다.

탄수화물 섭취가 과하기 쉬운 시대에 콩은 여러 우수한 기능성 물질까지 포함한 소중한 먹거리다. 콩의 단백질에는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있으면서 필수아미노산 중 다른 식물성 단백질에서 부족하기 쉬운 라이신이 풍부하다.

다만 메티오닌이 약간 부족한 편인데 이는 쌀에 많이 함유돼 쌀과 콩을 섞은 콩밥을 먹으면 상호보완이 된다. 단백질이 많은 식품으로는 소고기가 꼽힌다. 지금은 국민소득이 올라가면서 값비싼 소고기를 자주 먹는 가정이 많아졌다. 1인당 소고기 소비량은 30년 동안 4배나 늘었다.

그러나 단백질 함량이나 건강에 미치는 여러 효과를 감안할 때 소고기보다 저렴한 콩류 식품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 더 좋다. 식비를 줄이고 건강은 증진시키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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