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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7월 영국 런던올림픽 당시 여자 탁구 단식 예선 경기장을 찾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대한탁구협회장)과 가족들. 왼쪽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 /사진=머니투데이 |
17일 머니투데이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초 이 이사장의 수행기사로 뽑혔다. A씨는 “처음에는 운전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출근 하루만에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A씨는 수행기사로 일하는 3개월 동안 오전 8시까지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있는 이 이사장의 자택으로 출근했다. A씨가 첫날부터 깜짝 놀란 건 당시 집사로 일하고 있던 B씨에 대한 이 이사장의 언행을 보고 나서다. A씨는 집사 B씨를 ‘항상 고개를 숙이고 뛰어다니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A씨는 “집사가 조금만 늦어도 바로 ‘죽을래 XXX야’, ‘XX놈아 빨리 안 뛰어 와’ 등 욕설이 날아왔기 때문에 집사는 항상 집에서 걷지 않고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가정부로 필리핀 여자가 있었는데 아마 (우리말 표현을 정확히 다 알아듣는) 한국사람이었으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이사장은 A씨에게도 욕설과 폭언을 퍼붓기 시작했다. A씨는 “운전을 하지 않을 때는 종로구 구기동 자택에서 대기하면서 집안일을 도왔는데 그때마다 집사와 함께 욕을 먹었다”며 “이것밖에 못 하느냐며 XXX야라는 폭언을 들었는데 괴로웠다”고 말했다.
특히 집 앞마당에 있는 화단에서 일할 때 이 이사장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A씨는 “이 이사장이 꽃을 좋아하고 화단을 가꾸는 걸 신경 썼다”며 “당시 튤립을 길렀는데 비료, 기구 등을 나를 때마다 항상 욕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남편인 조 회장이 자리에 없으면 목소리가 더 커졌다. A씨는 “조 회장이 같이 있을 때는 집사와 나에게 심하게 얘기하지 않았다”며 “조 회장이 옆에 없으면 입이 더 거칠어졌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의 폭언과 욕설 때문에 A씨는 늘 불안감에 휩싸였다. 운전하다 길을 잘못 들 때면 식은땀이 흘렀다.
A씨가 더 큰 충격을 받은 건 일을 시작한 지 2주일쯤 지나서다. 당시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에 오전부터 대한항공 임직원 5~6명이 줄줄이 호출됐다. 직원들이 거실에 일렬로 서자 이 이사장의 욕설이 시작됐다.
A씨는 “당시 불려 온 직원 중 50대로 보이는 직원에게 ‘이따위로 일을 할 거냐’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을 했다”며 “물건을 집어 던졌는지 당시 집 안에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도 들렸다”고 말했다.
1개월쯤 지났을 때부터 A씨는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아이의 아빠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지만 더는 인간 이하의 취급을 보고 겪으며 일할 수는 없었다. 결국 A씨는 아내에게 그간의 일을 들려주고 3개월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A씨는 이 이사장의 수행기사를 끝으로 아예 수행기사 일 자체를 그만뒀다.
A씨는 “수행기사 일은 학을 뗐다”며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이 쉽게 고쳐질 것 같지 않지만 이번 기회에 반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취재진이 한진그룹에 A씨의 폭로와 관련해 입장을 물었으나 대한항공 관계자는 “회사와 직접 관계되지 않은 일이라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