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많은 사람들이 홍천 은행나무숲으로 모여든다. 노란 은행나무 2000여 그루가 자라는 국내 최대규모의 은행나무숲은 가을을 특별하게 즐기고 싶은 로맨티스트, 멋진 사진을 남기고자 하는 사진 애호가들,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려는 가족 등 모든 사람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홍천 은행나무숲 은행./사진=한국관광공사

이곳은 사실 관광지도 아니요, 공원도 아니요, 국가나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공간도 아니다. 순전히 한 개인이 가꿔놓은 정원일 따름이다. 도시에서 살던 은행나무숲 주인은 아내가 만성 소화불량으로 고생하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삼봉약수가 효험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오대산 자락에 정착했다. 남편은 아내의 쾌유를 바라며 넓은 땅에 은행나무 묘목을 하나둘 심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홍천 은행나무숲의 유래다.

그렇게 30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나무들이 자라면서 해마다 가을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란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 황홀한 풍광이 소문에 꼬리를 물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주인은 가을의 장관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2010년부터 1년 중 딱 10월에만 일반인에게 개방한다는 소식이다.

홍천 은행나무숲 은행./사진=한국관광공사

개방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다만 사유지이기 때문에 주인 사정에 따라 개방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 이곳은 오대산 자락에 위치해 기온이 낮은 관계로 다른 지역보다 단풍이 일찍 시작된다.

은행나무 단풍이 절정에 다다를 때가 물론 가장 좋겠지만 바람에 은행잎이 떨어지는 시기도 꽤나 낭만적이다. 이때부터는 바닥까지 노랗게 물들어 은행잎 카펫이 깔린다. 바람에 은행잎이 후두두 떨어지면 여기저기서 탄성이 새어나온다.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들을 하늘로 날려보고 그 위를 뒹굴어보기도 하면서 가을을 몸과 마음으로 품는다.

혹여 은행 특유의 고약한 냄새 때문에 꺼려진다면 걱정 마시라. 이곳 은행나무들은 거의 수나무로 열매가 없다. 은행을 줍기 위해 열을 올리는 사람들도 없어서 가을 여유를 만끽하기 딱 좋다.

특정 목적을 갖고 조성된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다소 불편함 점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자연 그대로의 멋이 살아 있다. 약 4만㎡의 너른 땅에 5m 간격으로 줄을 맞춰 선 은행나무가 전부인 그곳. 가을이면 사방에 노란색 물결이 일렁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무심히 흔들어놓는다.

삼봉약수./사진=한국관광공사

은행나무숲만 돌아보고 귀가하기 아쉽다면 주변에 있는 삼봉약수를 둘러보자. 삼봉약수는 은행나무숲에서 멀지 않은 삼봉자연휴양림에 있다. 은행나무숲 주인 부부가 이곳에 터전을 잡은 이유이기도 한 삼봉약수는 2011년 천연기념물 제530호로 지정됐으며 우리나라 3대약수로 손꼽힌다. 철분, 망간, 불소, 탄산 등을 함유해 위장병, 빈혈, 신경통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봉약수를 맛보려면 삼봉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야 한다.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도 등장한 삼봉자연휴양림은 오대산국립공원 북서쪽의 가칠봉, 응복산, 사삼봉 3개의 봉우리에 둘러싸여 있어서 ‘삼봉’이란 이름을 얻었다.

삼봉자연휴양림은 침엽수와 활엽수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열목어와 도롱뇽, 반딧불이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청정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잠깐 들러 삼봉약수를 맛보고 산책을 즐겨도 좋다. 아니면 한옥, 캐빈, 야영장 등 다양한 숙박시설 가운데 마음에 드는 곳에서 하룻밤을 쉬어 가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