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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협회장. /사진=한국금연운동협의회 |
‘담배 연기 없는 미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이끄는 한 업체의 비전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출시 2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시장점유율 10%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금연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전자담배의 인기는 오히려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문제를 제기했고 소송전으로 확대되는 등 찬반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머니S>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추세와 전망, 유해성 논란의 본질을 들여다봤다.<편집자주>
궐련형 전자담배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직접 불을 붙이지 않아 건강에 큰 해가 없다는 주장과 그래도 담배인 만큼 해롭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선다. 양측 주장이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최근에는 정부부처와 한 담배회사가 소송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머니S>가 궐련형 전자담배를 두고 대립하는 양측의 주장을 들어봤다.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은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사회가 담배에 관대하던 시기부터 줄곧 금연캠페인을 펼친 금연운동의 총본산이다. 이들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등장했을 때부터 줄곧 유해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0년부터 한국금연운동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서홍관 의학박사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어떻게 생각할까.
-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를 왜 개발했다고 보는지.
▶ 담배는 인류가 수천년 전부터 써온 제품이다. 최근 등장한 궐련형 전자담배 즉 가열담배는 다른 형태의 담배일 뿐이다. 담배회사는 새 담배가 냄새도 안나고 건강에도 해가 되지 않는다고 알리는데 사활을 건다. 담배가 해롭다고 여겨진 것은 1950~60년대부터다. 이때부터 담배회사는 ‘안전한’ 담배를 만들기 시작했다. 담배에 필터를 부착하고 2000년대 초반에는 저타르 담배도 등장했다. 담배회사는 새로운 형태의 담배가 등장할 때마다 기존보다 건강에 해가 없다고 강조했다. 가열담배가 등장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담배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흡연자가 금연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즉 가열담배는 흡연자의 금연을 막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개발된 것이다.
- 궐련형 전자담배가 기존 담배보다 해롭다고 생각하나.
▶ 결론부터 말하면 기존 담배보다 더 해롭다고 보는 입장은 아니다. 해석에 따라서는 궐련 담배보다 독성물질이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 담배제조회사 측은 기존 담배 대비 90% 독성물질이 줄었다는 식의 주장을 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담배에는 기본적으로 수백종의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 독성물질을 모두 줄였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기존보다 더 많이 포함된 물질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담배회사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만을 내세우며 가열담배가 ‘해롭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 기준을 믿을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10%의 유해물질도 몸에 해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새로운 형태의 담배가 얼마나 더 해로운지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과거 저타르 담배도 인체에 똑같이 해가 된다는 점을 밝혀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담배회사의 입장은 그때까지 새로운 담배를 팔겠다는 것이다. 담배회사가 주장하는 ‘덜 해로움’에 속아서는 안된다.
- 궐련형 전자담배는 금연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 담배회사는 가열담배의 배출물이 적은 독성을 함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안전한 담배라는 점을 내세워 흡연자를 안심시키는 것이다. 담배회사가 금연을 권하지 않고 오히려 변형된 형태의 흡연을 권하는 셈이다. 이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담배회사는 담배로 인한 사회적인 해로움이 제로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더 안전하다는 점을 앞세워 흡연을 조장한다. 식약처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이 일반 담배와 유사한 수준”이라며 금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또 담배회사가 궐련형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라고 지칭하지 않는다는 점도 금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 최근 한 담배회사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소송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담배회사의 주장은 “우리가 흡연자를 위해 이렇게 건강한 담배를 개발했는데 식약처가 우리의 이런 의도를 음해한다”는 것이다. 이는 흡연자가 잘못된 판단을 내릴 소지가 된다. 담배회사는 소비자의 편이 아니다. 정말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담배를 판매해선 안된다. 어떤 물질이 얼마나 포함됐는지 모르는 가열담배를 내놓고 소비자를 생각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 의사로서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 혹은 사용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담배회사가 주장하는 ‘유해물질 90% 감소’같은 문구를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담배회사가 자신들의 기준을 적용한 실험결과다. 더 많은 물질이 얼마나 포함됐는지 알 길이 없다. 즉 담배회사가 공개한 데이터는 가공됐을 가능성이 있다. 어디까지나 유해물질이 덜 함유됐다는 말은 담배회사의 일방적인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식약처도 “세계보건기구 등 해외 연구기관의 자료를 종합했을 때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흡연자가 자신의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담배를 끊는 수밖에 없다. 담배회사의 정보를 믿는 것은 자신의 몸과 건강을 담배회사에 맡기는 꼴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1호(2018년 12월19~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