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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2 언팩 행사서 광역 밀리미터파 서비스를 발표하는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 /사진=애플 이벤트 화면 캡처 |
10월14일(현지시간 13일) 열린 ‘아이폰12’ 언팩 행사에서 애플은 이를 의식한 듯 신제품 공개에 이어 특별 게스트를 등장시켰다.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가 직접 등장해 애플과 함께 준비했다는 광역 밀리미터파 서비스 ‘버라이즌 5G 울트라 와이드밴드’를 발표했다. 버라이즌은 전세계에서 28㎓ 대역 서비스를 주력으로 삼는 유일한 회사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버라이즌 5G 울트라 와이드밴드’ 사용 시 다운로드 속도는 최대 4.0Gbps(초당 기가비트)까지 지원한다. 뉴욕·시카고·로스앤젤레스(LA) 등 이미 도입된 도시를 비롯해 필라델피아·샌프란시스코 등을 추가해 올해 말까지 미국 내 6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미국은 5G 최초 상용화 타이틀을 두고 한국과 막판까지 경쟁을 벌였던 나라다. 이번엔 전세가 역전됐다. 한국은 아직 민간 대상 28㎓ 기지국 첫 삽도 못 떴는데 바다 건너에선 벌써 광역 서비스를 발표한 것이다.
밀리미터파로 앞서가는 미국
미국 내 5G 밀리미터파 서비스는 이미 지난 3월 상용화됐다. 삼성 ‘갤럭시S20’이 밀리미터파 안테나를 탑재하고 미국 주요 통신사에 출시되면서부터다. 국내 출시 제품에는 밀리미터파 안테나가 빠졌다. 이번 ‘아이폰12’ 역시 한국 출시 제품에는 밀리미터파 안테나가 제외된다. 향후 국내에서 28㎓ 대역 서비스가 활성화될 경우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 소비자는 다시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버라이즌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T모바일’과 ‘AT&T’도 밀리미터파 서비스를 제공한다. T모바일은 ▲600㎒ ▲2.5㎓ ▲28㎓ 대역을, AT&T는 ▲850㎒ ▲39㎓ 대역을 각각 5G망으로 사용하고 있다. 버라이즌과 차이점이 있다면 밀리미터파를 주력으로 삼지 않고 제한적으로 서비스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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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별 이동통신 다운로드 속도 비교 /출처=오픈시그널, 그래픽=김영찬 기자 |
T모바일과 AT&T가 버라이즌과 같은 길을 걷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커버리지 때문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오픈시그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버라이즌의 5G 평균 속도는 494.7Mbps로 모든 조사 대상국과 사업자 중 가장 빨랐다. 반면 미국의 평균 속도는 52Mbps로 15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T모바일과 AT&T가 주로 600~850㎒ 주파수를 사용하기에 평균 속도가 느리게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336.1Mbps로 사우디아라비아(377.2Mbps)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버라이즌이 5G 시장을 선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용성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용성이란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장소에서 네트워크 연결 시간 즉 접속률을 측정한 것이다.
지난 6월 같은 곳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버라이즌의 5G 서비스 가용성은 0.4%에 불과해 경쟁사인 T모바일(22.5%)에 크게 뒤처졌다. 한발 앞서 ‘아이폰12’를 구매한 미국 소비자 사이에서 밀리미터파가 안 터진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버라이즌이 5G 시장을 선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용성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용성이란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장소에서 네트워크 연결 시간 즉 접속률을 측정한 것이다.
지난 6월 같은 곳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버라이즌의 5G 서비스 가용성은 0.4%에 불과해 경쟁사인 T모바일(22.5%)에 크게 뒤처졌다. 한발 앞서 ‘아이폰12’를 구매한 미국 소비자 사이에서 밀리미터파가 안 터진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얼마 전 버라이즌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3.5㎓ 대역을 낙찰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기업의 가용성은 ▲SK텔레콤 15.4% ▲LG유플러스 15.1% ▲KT 12.5%를 각각 기록했다.
커버리지와 가용성 문제로 현재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는 서브식스 주파수 기반으로 5G를 서비스 또는 준비 중이다. 전세계 첫 상용화가 이뤄진 지 아직 1년 반밖에 흐르지 않은 초기 시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올라있는 우리나라의 위상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볼 수 있다.
제한적 활용 필요… 다시 무한 경쟁
커버리지와 가용성 문제로 현재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는 서브식스 주파수 기반으로 5G를 서비스 또는 준비 중이다. 전세계 첫 상용화가 이뤄진 지 아직 1년 반밖에 흐르지 않은 초기 시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올라있는 우리나라의 위상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8㎓ 등 밀리미터파 사용과 관련해서는 일본에게도 뒤처진 상태다. 미국처럼 초기부터 시행착오를 감내하면서 전략적으로 추진하진 않더라도 제한적인 활용을 꾀하는 국가는 계속 등장할 전망이다. 당초 5G의 등장으로 기대했던 혁신은 밀리미터파 사용에서 구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3G에서 LTE를 거쳐 5G로 왔듯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차 고주파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흘러갈 것은 명백하다. 지금에 안주하면 안 되는 이유기도 하다.
이는 비단 28㎓ 대역 활용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충북 청주시청원구)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동통신 3사가 신규 구축한 기지국 수는 2만1562개소로 전년 동기 대비 43.7%에 그쳤다. 커버리지와 직결되는 기지국 구축 건수가 반토막 난 것이다.
여전히 실내 기지국·장치가 없는 지자체도 적지 않았다. SKT는 울산과 경북, KT는 세종과 충북, LG유플러스는 부산·대구·광주·울산·강원·전남·경북·경남 등 8개 시도에 아직까지 실내 기지국을 구축하지 않았다. ‘뻥’에 무너진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관련 업계 전문가는 “5G 품질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려면 3.5㎓ 기반 SA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커버리지를 넓혀가는 게 우선”이라며 “28㎓ 대역 등 밀리미터파는 갈 수밖에 없는 기술이다. 향후 완전자율주행의 원활한 구현과 같이 다양한 산업 분야 발전을 위해서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