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를 포함한 이 가격에 여론이 들끓었다. '서민 음식의 배신'이라는 격한 반응과 함께 '선을 넘은 폭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통령실까지 직접 나서 우려를 표했다. 분명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가격 인상이다. 그런데 이 분노가 유독 특정 품목에만 집중되는 현상은 한번쯤 곱씹어볼 문제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이 공개한 올여름 냉면 한그릇 평균 가격은 1만2000원을 넘어섰다. 줄 서서 먹는 서울 시내 유명 냉면집은 1만6000원까지 받는다. 둘이 가서 한그릇씩 먹으면 3만2000원, 치킨 한마리 값보다 비싸다. 하지만 냉면이나 파스타 가격을 두고 정부가 우려를 표명하는 일은 없다.
누군가에게는 선택적 메뉴인 라면값 50원 인상에는 온 언론이 들썩이지만, 전국민이 예외 없이 납부하는 통신 요금의 교묘한 인상에는 비교적 관대하다. 이는 우리가 느끼는 '체감 물가'의 모순을 보여주는 사례다. 닭고기 원재료 기반의 치킨과 밀가루 기반의 파스타 중 어느 쪽의 가격 저항선이 더 높아야 할까. 그럼에도 우리는 파스타 가격엔 관대하면서 치킨 가격에만 유독 날을 세운다. '서민 식품은 저렴해야 한다'는 낡은 프레임이 만든 불공정한 잣대다.
가계 부담을 따져봐도 그렇다. 라면값이 50원 오를 때 하루 세끼 한달 내내 라면만 먹는다고 가정해도 월 추가 비용은 4500원이다. 치킨 가격이 2000원 인상될 때 매주 한마리씩 주문한다고 가정하면 월 추가 비용은 8000원 남짓이다. 냉면 한그릇 값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문제는 이런 포퓰리즘적 정서가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인건비, 식자재, 임대료 등 모든 원가가 오르는 현실을 외면한 채 특정 품목의 가격만 억누르려 하니 기업들은 결국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중량을 줄이는 꼼수를 쓰게 된다.
'내 월급은 올라야 하지만 남이 만든 물건값은 오르면 안 된다'는 심리는 '내로남불'과 다를 바 없다. 모든 생산자에게는 자신의 노동과 자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결국 치킨 가격은 시장 경제의 기본 원리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수요와 공급, 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 조정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흐름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폭리가 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단순히 '예전엔 싸게 먹던 음식'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품목의 가격 인상을 죄악시하는 것은 시장 생태계만 왜곡할 뿐이다. 제2, 제3의 슈링크플레이션을 마주하지 않으려면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나 감정적 비난이 아닌,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는 합리적 소비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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