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아이오닉5 모습./사진=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5 모습./사진=현대자동차
# 직장인 최성수씨(33)는 최근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생애 첫 자동차를 사기로 결정했지만 전기차가 좋을지 일반 내연기관차가 좋을지 선뜻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차를 사면 최소한 5~6년을 타야 한다는 생각에 당장 자금 사정과 앞으로 유지비용 등까지 고려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최 씨는 “유지비는 전기차가 당연히 압도적으로 좋지만 이것저것 고민하느라 구매를 미루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주식과 비트코인 투자 광풍에 주머니가 두둑해진 사회초년생 투자자들이 인생 첫 차를 알아보는 상황이 부쩍 많아졌다. 실제로 완성차 대리점에서는 최근 20~30대로 보이는 손님들이 꽤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 완성차 브랜드 대리점 직원은 “사회초년생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자동차를 많이 보러 온다”며 “당장 구매를 결정하지 않더라도 차종 별 유지비 등을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내 인생 첫차… 전기차는 어떨까요?

늘어나는 2030 자동차 수요


지난해 생애 첫 차를 구매했을 것으로 판단되는 2030세대의 신차 수요가 크게 늘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30세 연령대 신차 등록 대수는 18만257대로 전년(15만6727대)과 비교해 15.2%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대의 신차구매 수요는 2019년 5만5490대→ 2020년 6만5766대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30대는 10만782대→ 11만9491대로 확대됐다.

이처럼 2030세대의 자동차 수요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판매 상위 모델에서는 전기차를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차종별 판매 상위 3개 모델을 보면 20대는 아반떼(1만5602대)를 가장 많이 구매했으며 뒤이어 K5(1만5038대)와 셀토스(8113대) 순이었다. 30대는 쏘렌토(1만8150대)가 1위를 차지했고 그랜저(1만7857대)와 K5(1만5532대) 등이 바짝 뒤쫓는 모습이다.

범위를 10위까지 넓혀도 전기차는 없었다. 2030세대의 자동차 구매는 늘었지만 전기차 판매가 부진했던 것은 지난해 출시된 전기차가 적어 선택폭이 좁았고 여전히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구매력이 늘어난 2030세대의 주목을 끌 만한 성능 좋은 전기차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한 완성차 브랜드 영업점 관계자는 “올해 잇따라 전기차 출시에 따라 자동차 예비 구매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2030세대도 첫 차로 전기차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전기차는 어떨까요?


2030세대가 처음으로 가장 큰 지출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것인 만큼 전기차를 선택할 때 따져야 할 것도 많다. 디자인이나 성능 외에도 취·등록세, 보험료, 연비 등 유지비를 무시할 수 없다.

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잇따라 전기차를 선보이면서 모델이 다양해져 소비자 선택권이 늘어난 점은 희소식이다. 최씨는 “디자인 측면에서 최근 전기차에 눈이 가고 있다”면서도 “가격 때문에 전기차 구매가 고민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 시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가격이다. 동급 내연기관차와 비교해도 1000만~2000만원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2030세대 인기 차종인 중형 세단 K5의 신차 가격은 최소 2356만원부터 시작된다. 반면 K5보다 차급이 낮은 전기차의 경우 ▲르노 조에 3995만원(시작가격) ▲볼트EV 4593만원 ▲아이오닉5 4980만원 등으로 적게는 약 1500만원에서 많게는 2500만원 이상 비싸다. 전기차 구매 시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합해 1000만원쯤 구매부담이 줄더라도 동급 차종보다는 여전히 가격대가 높다.
기아 K5./사진=기아
기아 K5./사진=기아

타면 탈수록 아끼는 전기차


초기 구매비용을 제외하면 전기차는 모든 측면에서 가솔린 모델을 압도한다. 정부의 친환경 확대 정책이 맞물려 있다. 자동차 구매 시 차 가격의 7%에 해당하는 세금(취득세 5%·등록세 2%)을 내야 한다. 5000만원대 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350만원이 부과되는 식이다. 그러나 전기차라면 취·등록세 140만원이 할인돼 210만원만 내면 된다.

전기차 구매로 가장 이득을 볼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연료비다. 출퇴근용으로 하루 30㎞ 내외, 연간 주행거리 1만2000㎞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전기차 충전비용은 평균 전비 5㎞/㎾h에 아파트 충전비용 270원 기준 64만8000원이다. 차급별로 살펴보면 ▲소형 르노 조에(4.8㎞/㎾h) 67만5000원 ▲준중형 아이오닉5(5.0㎞/㎾h) 64만8000원 ▲준대형 아우디E-트론(3.0㎞/㎾h) 108만원 등이다.

같은 차급으로 가솔린 모델의 유류비를 계산해보면 휘발유 가격 1560원을 기준으로 ▲소형 쏘울(12.3㎞/ℓ) 152만1950원 ▲준중형 K3(14.1㎞/ℓ) 132만7650원 ▲준대형 그랜저2.5(11.1㎞/ℓ) 168만6480원 등이다. 연간 자동차 운행 거리가 늘어날수록 전기차 구매자는 절반 가까이 연료비용을 아끼는 셈이다.

다만 전기차 구매를 결정하기 전 주변에 충전시설이 얼마나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 초급속충전기가 보급되고 충전 시간이 줄어 관심을 모았지만 충전기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결국 여전히 장시간 충전해야 한다는 점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는 전기차 예비 구매자들에게 불안요소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인프라가 꾸준히 늘어날 것인 만큼 전기차를 첫 차로 고려하는 이들에게 불안요소는 점차 사라질 것”이라며 “정부의 친환경차 확대 정책에 따라 현재가 전기차 사기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