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 CJ ENM 대표이사. /사진제공=CJ ENM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 /사진제공=CJ ENM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사진·57)가 ‘티빙’을 3년 내 국내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성장시키겠다는 호기로운 도전장을 내민 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IPTV사에 대한 콘텐츠 사용료 인상 여부를 두고서다.

강 대표이사는 지난달 31일 자사 비전을 밝히는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총 5조원을 투자하고 티빙을 3년 내 국내 1위 OTT로 성장시키겠다는 과감한 목표를 발표했다. 2023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100여편을 제작하고 유료 가입자 800만명을 확보해 2022년에는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빈센조’와 ‘윤스테이’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 경쟁력을 인정받은 만큼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콘텐츠 사용료를 두고 불거진 IPTV사와의 갈등이 발목을 잡는다. IPTV 3사가 CJ ENM을 겨냥해 콘텐츠 가격 인상을 과도하게 요구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CJ ENM은 IPTV 3사가 콘텐츠 사용료를 불공정하게 지급해 왔다고 반박했다.

특히 강 대표이사는 “미국은 안정적인 제작비 리쿱(회수) 구조가 자리 잡은 반면 국내 시장은 콘텐츠 사용료로 제작비의 3분의1밖에 채우지 못해 광고·협찬·해외시장 공략 등 부가적인 수익에 의존해야 한다”며 “변화하는 글로벌 OTT 시장에서 우리 K-콘텐츠를 지키기 위해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 OTT와 협업 시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는 대신 IP를 줘야 하는 만큼 K-콘텐츠를 지키기 위해선 IPTV 3사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CJ ENM도 마냥 콘텐츠 사용료 인상만을 고집할 수 없는 입장이다. 현재 콘텐츠 사용료 인상안을 IPTV사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송출수수료를 받지 않으면 영업적자가 나는 상태에 놓인 IPTV사 입장에서 콘텐츠 사용료를 무한정 올려주는 대신 직접 제작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하는 순간 이미 ‘레드 오션’인 OTT 시장에 또 하나의 경쟁자가 생길 수도 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강 대표이사가 자사 콘텐츠의 미래를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