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그룹 대표이사 회장(오른쪽부터)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한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면접에 각각 참석하고 있다./사진=장동규 기자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대표이사 회장(오른쪽부터)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한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면접에 각각 참석하고 있다./사진=장동규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후보로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내정함으로써 세대교체를 이루는 데 방점을 뒀다.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조용병 회장이 전격 용퇴를 결정했다.

특히 진 내정자가 일본통이라는 점도 차기 최종후보로 오르는 데 영향을 미쳤다. 신한금융 내 재일교포 주주들의 입김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본사에서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확대 회추위를 개최하고 진옥동 후보를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만장일치로 임기 3년의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선정된 것이다.

진 행장의 차기 회장 내정은 기존의 예상을 크게 뒤엎었다. 전임 조용병 회장이 세대교체와 신한의 미래를 고려해 용퇴를 전격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회추위는 지난 11월 초부터 수차례 회의를 거쳐 후보군을 압축해 왔으며 이날 회의에서 압축된 후보들의 경영성과 및 역량, 자격요건 적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고 외부 전문기관의 평판 조회 결과를 점검한 이후 후보자 대상 심층 면접을 실시했다.

진옥동 행장, 차기 회장 내정 배경은

회추위는 진옥동 후보 추천 사유로 SBJ은행 법인장,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신한은행장 등을 역임하며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요구되는 통찰력,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특히 지난 4년간 신한은행장으로 근무하며 리딩뱅크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고 지속적인 성과 창출 기반을 마련해 온 점,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달성하는 경영 능력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도 탁월한 위기관리 역량을 보여줬다는 점을 꼽았다.

아울러 진 내정자가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하며 내외부의 역량을 축적하고 결집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유해 그룹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글로벌 확장과 성과 창출을 보여줄 적임자라고 후보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최종 후보로 추천된 진 내정자는 이날 회추위에 이어서 개최되는 이사회에서 후보 추천에 대한 적정성 심의, 의결을 거쳐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확정될 예정이다. 내년 3월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재일교포 주주 입김 작용했나

세대교체를 위한 조 회장의 용퇴 결정도 컸지만 금융권에선 진 행장이 재일교포 주주들에게 신망을 얻고 있다는 점이 이번 차기 회장 내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진 내정자는 1981년 덕수상고를 졸업한 후 기업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가 1986년 출범한 신한은행에 합류했다. 이후 은행 일과 학업을 병행, 1993년 방송통신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중앙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신한은행 근무 32년 중 14년을 일본에서 보낸 '일본통'으로 유명하다.

진 내정자는 1997년 일본 오사카지점에서 근무하다 2002년 귀국해 여신심사부 부부장 등을 거쳤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 6년 만인 2008년 그는 일본으로 다시 건너가 오사카지점장을 지냈다. 2009년 현지법인인 SBJ은행이 일본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는 데 한몫했다.

이후 2011년 일본 SH캐피탈 사장 자리에 오른 뒤 2014년 SBJ은행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진 내정자는 SBJ은행에서 일본 현지 소매금융 시장을 공략해 SBJ은행을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금융의 주축인 신한은행은 1982년 고(故) 이희건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재일교포 자본으로 설립된 곳이다. 당시 재일교포 340여명이 250억의 자본금 모아 은행 설립의 기틀을 잡았다.

신한금융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9.81%)이지만 재일교포 그룹인 '간친회' 회원 5000여명이 지분 17%를 보유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영진과 재일교포 주주들의 관계도 중요한 만큼 사실상 간친회의 입김이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신한금융 사장단은 매년 재일교포 대주주 원로 모임인 '간친회'와 회동하며 재일교포 주주들에게도 경영실적과 앞으로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진 내정자는 이날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재무적인 부분뿐 아니라 비재무적인 부분도 같은 무게와 크기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앞으로 신한금융이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래서 지속 가능 경향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