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진주 경상대 캠퍼스에서 한 학생이 길고양이와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머니S 임승제 기자
지난 4일 진주 경상대 캠퍼스에서 한 학생이 길고양이와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머니S 임승제 기자

경상국립대학교가 이른바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경상대측이 '캣맘(길고양이를 돌보는 여성)'들을 향해 길고양이의 밥주기 금지와 급식 시설물, 집 철거를 통보하면서다.


경상대측은 최근 캣맘에게 수의과대학과 동물의료원이 위치한 느티마루 휴게소 인근에 있는 길고양이들의 밥주기 금지와 시설물(길고양이 집) 철거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동물보호단체와 캣맘들은 학교측이 길고양이에 대한 보호·관리 등 사후 대책 없는 강요를 요구하는 것은 '동물학대'라며 분노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측의 요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내는 고양이들의 개체수가 늘어나 논란이 일고 있는 아파트 단지 등과는 차별된다는 점을 들었다.


캠퍼스 내에는 야밤에 고양이 울음소리로 인해 수면 방해를 받지 않을뿐만 아니라 TNR(중성화 수술)을 통한 개체수 감소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했다고 주장했다.

진주 경상대 캠퍼스 내에 캣맘들이 설치해 놓은 길고양이 급식 시설물과 집 전경(빨강점선 안). 최근 학교측의 요구로 시설물은 철거된 상태다./사진=(사)동물사랑연대 고사모 제공
진주 경상대 캠퍼스 내에 캣맘들이 설치해 놓은 길고양이 급식 시설물과 집 전경(빨강점선 안). 최근 학교측의 요구로 시설물은 철거된 상태다./사진=(사)동물사랑연대 고사모 제공

특히 경상대는 수의과대학과 동물의료원 시설을 갖춘 도내 유일한 거점 대학으로서 길고양이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더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할 책임이 전가되면서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따른다.

게다가 지난달 20일 경상대 수의대와 동물의료원이 (사)동물사랑연대 고사모(고양이를 사랑하는 모임)와 유기동물 복지와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보호단체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지난 4일 1000만 반려인 시대를 맞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며 민법 개정안을 이달중 심사처리할 것을 여·야간 합의까지 한 상태다.

(사)동물사랑연대 고사모(고양이를 사랑하는 모임) 김석수 이사장은 "캣맘들이 수년째 자비로 밥을 주고 시설물을 마련해 길고양이를 돌봐주는 것은 물론 중성화 수술 등을 통해 개체수 감소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며 "불현듯 학교측이 사료를 주지 말고 시설물을 철거하라면 길고양이들의 생명은 누가 담보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4일 고사모 회원들과 경상대 캠퍼스를 찾았다. 회원들은 이전과는 달리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많이 찾아볼 수가 없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캣맘들이 주기적으로 돌볼 땐 이곳엔 15여마리가 생활하고 있었지만 이날은 2~3마리 정도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행여나 길고양이들의 학대 행위가 행해지지 않았는지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길고양이에 따른 학교측의 피해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4일 진주 경상대 캠퍼스에서 발견한 길고양이.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은 길고양이가 이전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사진=머니S 임승제 기자
지난 4일 진주 경상대 캠퍼스에서 발견한 길고양이.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은 길고양이가 이전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사진=머니S 임승제 기자

반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교수들도 학교측의 대처에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길고양이를 직접 돌보고 있다는 A교수는 "길고양이에 대한 학교측의 피해가 전혀 없는 상태인데도 굳이 급식을 중단하고 시설물을 철거하라고 하는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거점 국립대로 수의대가 있는 대학으로서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B교수는 "다른 대학도 아니고 수의대와 동물의료원 시설을 갖추고 있는 거점 대학으로서 길고양이에 대해 밥 주기를 가로막고 시설물 철거를 강요한 것은 '동물학대' 논란을 자초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 수의학과 교수는 "잘못돤 것은 맞다. 총장을 비롯한 관련 교직원에게 건의하고 충분히 협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동물학대' 논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동물보호단체들의 시설물 철거 강요 주장에 대해 관계자는 "일부 학생들의 민원이 제기돼 조치한 상황이며, 국립대는 국유재산으로서 외부인이 캠퍼스내에 적치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철거를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캣맘들에게 적치물을 자진해서 철거하라고 안내를 한 것이지 강요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