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법에서 정한 간호사 일만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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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들이 지난 2년 동안 공들여온 간호법 제정이 물거품 됐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은 지난 5월30일 국회 재의결에서 간호법 제정안이 부결된 직후 "2024년 총선 이전에 간호법을 다시 부활시키겠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간호법 제정안을 다시 통과시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부결로 폐기수순을 밟게 된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의 업무를 명확히 하고 근무환경과 처우 등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의료법에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는 표현 아래 다른 직역의 역할과 경계가 모호했던 간호사의 업무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13개 단체들은 간호사만을 위한 법을 제정하는 것에 반대의사를 표출했다. 이들은 의사와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을 위한 법도 없다는 이유를 들어 간호법 제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를 앞세운다.

간호사의 평균 근무연수는 평균 7년 5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고된 직역으로 평가받는 것은 본래 직역에 주어진 범위 이상의 업무를 과도하게 수행해 왔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그동안 해 온 검사(검체 채취, 천자), 처방과 기록, 튜브관리(비위관(L튜브)·기관절제관(T튜브) 교환, 기관 삽관), 치료·처치 및 검사(봉합, 관절강 내 주사, 초음파·심전도 검사), 항암제 조제와 같은 약물관리 등 24개 진료보조 행위는 원래 의사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인데 의사의 지시로 간호사가 해 왔다고 주장한다.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들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모두 본래 간호사들이 할 일이 아니었던 셈이다.


여기에 상급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PA(진료보조)간호사 제도도 암암리에 운영 중이다. 현재 1만여명이 넘는 PA간호사가 활동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PA간호사는 전문의의 지시 아래 처방 대행, 수술 보조, 진단서 작성, 시술 등을 담당하며 논문 작성을 제외하고 전공의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전공의보다 경험이 많으면서 인건비도 저렴한 PA간호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간호사가 본래 업무 이외에 추가 업무를 해야 했던 것은 왜일까. 해당 업무를 담당할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대한간호협회의 주장이다. 의사가 부족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간호사들을 소위 '갈아 넣었다'는 것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앞으로 법규를 정확히 지키는 방식의 준법 투쟁을 실시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의사들로부터 불법 진료를 지시받아도 이를 거부하기로 했다. 지난 5월18일부터 23일까지 5일 동안 대한간호협회 홈페이지 내 불법진료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불법 진료 신고 사례는 1만2189건에 이른다.

보건복지부(복지부)조차 대한간호협회의 행보에 제동을 걸어 간호사들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복지부는 지난 5월22일 대한간호협회가 열거한 의사의 불법 진료 지시 항목들에 대해 일률적으로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혀서다. 법에서 정한 '내게 주어진 일만 하겠다'는 간호사의 바람은 정말 독선이고 이기적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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