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9일 찾은 경기 화성시 영천동의 치동초등학교./사진=신유진 기자
지난 6월9일 찾은 경기 화성시 영천동의 치동초등학교./사진=신유진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반값 아파트'면 뭐해… 초등학생 등굣길 '1시간'
(2) "우리 애 어느 학교 보내요?" 4만명 사는데 초등학교 2곳
(3) 아파트 따로 학교 따로… 고통받는 아이들

#.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 살고 있는 직장인 A씨는 자녀의 첫 등교 후 걱정이 생겼다. 애당초 신도시이기 때문에 예상은 했지만 과밀학교인 탓에 정문에서부터 북새통이었다. A씨는 "지금 학교가 가깝긴 하지만 새로 문을 여는 학교로 전학시킬지 고민하고 있다"며 "물론 새 학교로의 전학으로 아이가 적응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도 되지만 현재 학교는 학생 수가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신도시 학교들이 과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구 유입은 급격하게 늘었지만 학교 수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의 학급당 학생 배치 기준은 28명(최대 30명)인데 비해 화성 동탄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 등의 평균 학급당 학생 수는 30명을 한참 초과했다.

문제는 신도시 특성상 개발할 땅이 많아 아파트는 우후죽순 생기고 있지만 학교의 경우 기부채납 문제와 학교설립 기준 등 여러 이해관계 발생으로 짓는 것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건설업체들은 계약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단지 인근 학교 설립 예정'이라고 분양광고를 하지만 막상 아파트가 준공되면 학교가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학교설립 문제를 두고 소송전도 다반사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특별교실을 일반교실로 바꾸는 방안과 모듈러 교실을 설치해 학급을 나누는 등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도 예상되는 만큼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오기엔 힘들다는 지적이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2023학년도 과밀학급 비율은 ▲초등학교 10.8%(전체 3만658교 중 3314교) ▲중학교 65.7%(전체 1만2994교 중 8539교) ▲고등학교 31.5%(전체 1만3473교 중 4249교) 등으로 나타났다. 전국 과밀학급의 41.7%가 경기도에 몰려 있는 것이다. 2016년 8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도내 시·군별 내국인 수 증가 지역은 화성시가 30만5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하남 13만5000명 ▲김포 12만9000명 ▲평택 12만4000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경기 화성시 영천동의 치동초와 치동중학교는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경기 화성시 영천동의 치동초와 치동중학교는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지난 6월9일 찾은 경기 화성시 영천동의 치동초와 중학교. 화성 동탄 1·2신도시 사이에 위치한 두 학교는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초등학교 바로 옆엔 '동탄역 푸르지오'가 있다. 학교가 가까워 이 아파트로 이사오는 경우가 많다는 게 지역 중개업소의 귀띔이다.

현재 동탄신도시 소재 학교들은 밀려드는 학생 수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다. 동탄1·2신도시 내 초등학교는 143곳으로 그나마 중학교(71곳)·고등학교(38곳, 특성화고 제외)보다 나은 상황이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치동중학교 1학년(8학급)과 2학년(4학급)의 경우 한 학급당 학생 수가 31~32명으로 교육부의 과밀학급 기준을 넘었다.

도로 맞은 편에 있는 치동초등학교 역시 학급 평균 학생 수가 경기도(23명)나 화성시(24명) 평균보다 많은 25명이다. 동탄신도시 일대 위치한 중학교들의 경우 ▲반송중(33명) ▲솔빛중(평균 33명) ▲석우중(32명) ▲푸른중(32명) ▲한백중(32명) 등으로 치동중학교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신도시에선 초등학교보다 중·고등학교가 모자라 학부모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신도시 소규모 학교 설립, 초교 24학급·중·고교 21학급"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신도시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소규모 학교 신설 시 기준 역할을 하는 '경기도형 학교설립 추진 기본방안'을 마련했다. 기준은 총 사업비 300억원 미만의 학교 설립 시 적정학급 기준을 설정한다. 기준은 초교 24학급, 중·고교 21학급이며 학교설립 관련 주요 확인·검토 사항도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작성해야 한다. 자체 투자심사 시 확인할 수 있도록 대단지 입주 등 학교설립 유발 요인, 예정 학생 수, 통학 여건 등이 리스트에 담긴다.

현재는 각 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지원받아 공립학교를 새로 지을 경우 자체 투자심사를 거친 뒤 교육부 중앙투자심사까지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심사규칙이 개정되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거치지 않고 교육청의 자체 투자심사만으로도 학교 설립과 이전이 가능해진다. 학교를 새로 짓지 않고 학생 수가 감소하는 지역의 기존 학교를 학생 수가 늘거나 증가 예정인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이전 추진 기준인 학부모 동의율을 현재 60% 이상에서 과반수로 낮춰 학교설립의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화성시 봉담2-1초(가칭) 신설과 경안초(광주) 안성중(안성) 등의 이전을 자체 투자심사를 통해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기본방안을 적용했다.

동탄신도시에 위치한 치동중학교. 지난해 3월 문을 연 치동중학교는 1학년(8학급)과 2학년(4학급)의 경우 한 학급당 학생 수가 31~32명으로 교육부의 과밀학급 기준을 넘었다. /사진=신유진 기자
동탄신도시에 위치한 치동중학교. 지난해 3월 문을 연 치동중학교는 1학년(8학급)과 2학년(4학급)의 경우 한 학급당 학생 수가 31~32명으로 교육부의 과밀학급 기준을 넘었다. /사진=신유진 기자


경기도교육청은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장기적 대책과 단기적인 대책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단기 대책으론 당장 학급을 바로 분리해 한 개의 반을 두 개의 반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음악실·미술실 등 특별 교실을 일반 교실로 바꾸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 학교설립기획과 관계자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지만 특별실이 없어지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반발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기적 대책은 모듈러 교실 설치와 증축 공사다. 이 관계자는 "모듈러는 설치 소요 기간이 짧고 과밀학급을 단기간 내 해소할 수 있지만 학부모님들의 반발이 심해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모듈러 공법은 건물의 벽체, 창호, 배선·배관 등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 옮겨와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방식이다. 기존 철근·콘크리트나 철골 공법에 비해 공사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이동 재설치가 가능하고 철거 후 재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안전성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증축공사 역시 효과적이긴 하지만 여유 부지가 필요하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신설학교인데 투자 심사 통과, 설립 계획, 착공·준공까지 최소 3년 가량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현재 불편함을 호소하는 학생들에겐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당장 학교 설립 계획을 세울 수 없다 보니 지자체와 여유 부지 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파트는 '뚝딱', 학교 설립은 '거북이'

치동중학교 바로 옆에서는 고등학교 신축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치동중학교 바로 옆에서는 고등학교 신축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아파트 분양 업체들은 계약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초·중·고교 설립 예정'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계약자와 시공사가 갈등을 겪기도 한다. 2018년 용인시 처인구에서 6800가구 규모의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를 분양한 DL이앤씨는 '미니 신도시급 매머드 단지', '초·중·고교 신설과 편리한 도로·교통시설'을 내세우며 홍보했다.

당시 원스톱 교육환경(유치원, 초·중·고교)을 갖춘 단지라고 광고했지만 개교 예정이던 초등학교 2개교 중 1곳은 부지가 용도폐기됐고 고등학교는 설립 자체가 불확실해져 입주예정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아파트 인근에 한숲중(2018년 9월) 처인고(2021년 3월)가 각각 개교해 한숨 돌렸다.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의 학교 분산배치 결정으로 미뤄졌던 아곡1초와 아곡중은 각각 2025년 3월 5단지 앞에 개교할 예정이다.

신도시 과밀학급 문제는 결국 학교 수 예측을 잘못한 원인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통상 신도시 계획 시 인구 대비 학교 수를 예정하는데 문제는 교육청이 받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시행기관으로부터 부지를 받거나 학교를 새로 지어 기부채납을 받는 등의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시행기관과 교육청의 예상이 서로 다를 수 있다. 학교 설립 계획이 확정된 후 사업지가 조성돼야 하지만 현재는 분양 욕심에 섣불리 과장 광고를 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청으로 학교 수요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하고 대비해야 함에도 현재 예측만 가능하다"며 "신도시 입주민들의 나이와 자녀들의 나이까지 분석할 수가 없어 예측과 다른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