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등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의 핵심 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글로벌 큰손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MBK가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는 고려아연이 최근 미국 정부와 손 잡고 현지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이른바 '북미 큰손'들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13일 오후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홈플러스 공동대표), 김정환 부사장, 이성진 전무 등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김봉진 부장검사 직무대리)는 김 회장 등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MBK 경영진의 법적 리스크가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MBK를 비롯한 국내 사모펀드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MBK의 경우 업계 내에서도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MBK는 고려아연과의 적대적M&A와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국내 국민연금과의 사이가 다소 틀어진 상태다. 따라서 글로벌 큰손들의 움직임도 호의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2015년 MBK의 홈플러스 인수 당시 함께 투자한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수천억원의 손실 위험을 떠안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국민연금은 연금 자금이 고려아연 적대적M&A 등 경영권 쟁탈에 활용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MBK가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라는 별칭을 얻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국내 상황이지만 국민연금이 MBK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역시 취임식에서 "MBK·홈플러스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위탁 운용사가 투자한 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게 기금 투자와 평가 방식을 개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내 다른 '큰 손'들의 태도도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2024년 7월 MBK파트너스를 위탁운용사로 선정했지만 투자확약서(LOC) 발급을 보류하며 사실상 출자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김병주 회장이 당장 1심에서 무죄가 나오더라도 주요 사건에 대해 상소하는 검찰의 특성상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사법리스크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영향에 글로벌 큰 손들 역시 MBK를 통한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북미 연기금들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법적 리스크 외에도, 최근 미국 정부와 고려아연이 '동맹'을 맺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최대주주인 크루서블JV는 지난달 26일 고려아연에 2조8300억여원을 출자해 고려아연 주식 220만9716주를 인수했다. 이로써 미국 정부는 크루서블JV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10.59%를 확보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 출자금을 바탕으로 테네시주에 여러 핵심광물을 생산하는 통합 제련소를 지을 계획이다.
이처럼 미국 정부와 고려아연이 '동맹'을 맺으면서 2024년 9월부터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 MBK파트너스에 대해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기금(CalSTRS·캘스터스)과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기금(CalPERS·캘퍼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인베스트먼트) 등 북미 대형 투자자들이 이전과 같은 태도를 취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캘스터스와 캘퍼스는 MBK가 고려아연 적대적M&A를 하는 데 활용하고 있는 펀드6호에 대규모 자금을 출자했다. 캘스터스와 캘퍼스가 MBK와 거리를 둘 경우 MBK로서는 향후 사업 지속성은 물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등 사업 전반에 상당한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