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마지막 기회입니다. 다시는 이 가격으로 만나보실 수 없으십니다. 지금 빨리 전화주세요.”



홈쇼핑 채널을 돌리다보면 친숙하게 들리는 ‘지름신 강림 주문’이지만 CJ홈쇼핑에서는 이 같은 멘트를 들을 수 없다. CJ홈쇼핑은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판매 윤리와 어긋난다고 생각해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매진 임박이라는 말도 3분 이내에 매진될 때만 하도록 룰이 정해져 있습니다. 4만9900원처럼 속보이는 가격이나 구매 유도를 위해 푸쉬하는 관행도 사라져야 해요.”



막 방송을 끝내고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민향(36) 쇼호스트는 방송인의 윤리 설파에 목소리를 높인다. 김씨는 1996년 입사한 13년차 쇼호스트로 미용·보석분야의 베테랑이다. 그녀가 2003년부터 판매한 150만세트(450만개)의 샴푸 판매는 아직도 진행중인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실생활에 필요한 용도 설명에 주력



“하나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해요. 찜질방에서 듣는 주부들의 이야기나 가족들의 조언을 통해 상품의 특징을 잡아내기도 하죠. 언젠가 언니가 ‘나는 그 상품의 실용성을 알고 싶은데 쇼호스트들은 꼭 업체에서 써준 내용만 강조하는 것 같다’고 충고한 뒤부터 실생활에 필요한 용도 설명에 더 노력하게 됐어요.”



한 시간에 20억원의 매출을 올린 적도 있고 5시간 동안 공동 진행으로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적도 있는 김씨지만 애착이 가는 상품은 따로 있단다.



“마음속으로는 상품마다 점수를 매겨요. 잘 팔린다고 해서 결코 그 상품에 자부심을 갖지는 않죠. 비브랜드 상품이어도 열심히 양심적으로 만든 상품을 소개할 때 소비자들이 꼭 구입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일하는 편이에요.”



김씨는 방송 도중 애착이 가는 상품의 콜수(주문전화 수치)가 높아지면 짜릿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물론 브랜드가 약한 중소기업의 매진 사례는 김씨뿐 아니라 MD를 포함한 구성원의 힘으로 만들어진 탄탄한 구성 때문이다.



“방송을 하다보면 소비자들이 나에게 당겨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마치 내 눈앞에 소비자들이 경청하는 것처럼 느껴지면 그 상품은 필히 ‘대박’으로 연결되죠.”



김씨가 주당 판매하는 제품의 수는 평균 6개. 하루에 세 개의 상품을 소개할 때도 있고 출근을 하지 않는 날도 있어 생활은 매우 불규칙한 편이다. 오전 6시 방송이면 3시에 집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뒤척이다' 출근하는 것이 일상이란다. 물론 첫 방송이 저녁이면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출근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



◆쇼호스트 양성 아카데미 개설이 꿈



김씨의 수입은 업계에서도 상위권이다. 그러나 김씨 같이 7000만~1억원의 연봉을 받는 쇼호스트는 전체의 15% 정도일 뿐 대다수의 쇼호스트는 적은 임금을 받거나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쇼호스트를 지망한다면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람들만 지원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려운 이야기도 쉽게 풀어내는 능력을 갖추고 제품에 대한 이해를 위해 꾸준히 공부하는 자세가 필수 조건이죠.”



김씨는 재테크에도 밝은 편이다. 보라매 공원 인근 122㎡형 아파트에 강원도 땅 등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주식은 5년차의 기업가치평가 위주의 중장기 개미투자자다. 일부 종목에서는 30%대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으며 금융주와 건설주를 중심으로 평균 10~15%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사람은 어디를 가더라도 성공한다는 것이 지론이에요. 쇼호스트가 프리랜서로 일하는 시대에 맞춰 쇼호스트 전문인 양성 아카데미를 개설하는 것이 꿈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