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아무 설명 없이 그 이름만 들어도 자동차 마니아, 아니 운전을 좀 할 줄 아는 사람들을 흥분하게 한다. 스포츠카의 대명사 같은 포르쉐를 타고 무한질주가 가능한 독일의 아우토반을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은 결코 젊은 사람만의 충동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로 여건상 스포츠카를 몰기는 쉽지 않다. 아우토반이 우리나라에는 없을 뿐만 아니라 시내 곳곳에 있는 방지턱은 스포츠카를 운전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산으로 바다로 맘껏 달리기에도 스포츠카는 제한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스포츠카와 SUV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고속도로 등 달리기 좋은 길에서는 스포츠카의 속도감을 만끽하고 울퉁불퉁한 길에서는 높은 차체의 4륜구동의 힘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그런 차가 있다. 바로 포르쉐의 SUV 카이엔이다. 포르쉐는 스포츠카뿐만 아니라 SUV도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카이엔은 카이엔 기본모델과 카이엔 S, 그리고 GTS와 터보 등 네 가지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이 중 국내 주력모델은 카이엔 S다.



포르쉐를 수입 판매하는 스투트가르트 스포츠카(SSC)에서 밝히 포르쉐 카이엔 S의 설명을 보자.

카이엔S, 다이나믹 드라이빙의 짜릿한 경험


‘포르쉐 ‘S’는 고급 스포츠 성능의 전통적인 표시다. 포르쉐 역사의 많은 차종에서 처럼 카이엔 S에서 ‘S’는 힘, 역동성, 보다 효율적인 다이내믹스 그리고 한층 더해진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의미한다.



그 효과를 경험하려면 6단 수동 기어박스(옵션 : 6단 팁트로닉 S)의 기어를 내리고 직접 연료 분사(DFI)를 특징으로 하는 4.8리터 V8 엔진의 가속 페달을 밟으면 된다. 강력하고도 섬세한 토크가 18인치 포르쉐 카이엔 S II 휠세트로 전달된다. 100km/h 도달 시간은 6.6초(수동)에 불과하며 최고 속도는 252km/h다.



자연흡기 엔진 방식의 V8은 6200rpm에서 385bhp의 출력을 내며 최대 토크는 3500rpm부터 51kgㆍm이다. 이 탁월한 성능은 부분적으로는 가변 밸브 타이밍과 2단 밸브 리프트(배리오캠 플러스)로 달성된다. 직접 연료 분사 방식과 함께 부드러운 주행 특성, 크게 개선된 연비, 낮은 배기가스 배출량과 같은 효과도 발휘한다.

카이엔 S는 한글자 차이가 얼마나 클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준다.’



이 설명만 보더라도 카이엔 S는 상당히 뛰어난 SUV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카이엔 S는 참 ‘나쁜 차’다.



◆웅장한 엔진소리



포르쉐 카이엔 S에도 디젤엔진이 아닌 가솔린엔진이 장착돼 있다. 가솔린엔진은 디젤에 비해 힘은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카이엔 S는 가솔린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엔진소리가 크다.



시동을 거는 순간 ‘부릉~’하고 큰 엔진소리가 들려온다. 순간적으로 '무슨 소리가 이렇게 커'하는 생각을 했지만 엔진소리가 소음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마치 스포츠카를 탄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니 카이엔 S는 포르쉐 고유의 스포츠카를 SUV로 변형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웅장한 엔진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처음부터 조용한 엔진이 아닌 포르쉐 고유의 사운드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카이엔 S에 장착된 스포츠 배기장치는 스위치 하나로 변환되는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스포츠’ 사운드 설정이 있어 엔진 사운드만으로는 SUV인지 스포츠카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운전대 왼쪽에 위치한 키박스



시승을 위해 처음 카이엔 S에 올랐을 때 잠시 당황했다.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운전대 오른쪽에 키박스가 없는 것. 카이엔 S(다른 포르쉐 차량도 마찬가지)의 키박스는 다른 차량과 달리 운전대 왼쪽에 위치하고 있다.



포르쉐가 왼쪽에 키박스를 두고 있는 것은 1924년부터 해마다 실시되고 있는 ‘르망 24시간 레이스’대회 때문. 과거 이 르망대회는 출발선에서 운전자들이 차 밖에서 기다리다가 출발소리와 함께 차까지 달려가 문을 열어 시동을 걸고 출발을 했다고 한다.



키박스가 오른쪽에 있으면 오른손으로 시동을 건 후 기어를 변속해야 한다. 하지만 키박스가 왼쪽에 있으면 시동을 거는 것과 기어변속을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에 단 0.1초라도 시간을 줄이기 위해 키박스를 운전대 왼쪽에 위치하도록 했고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포르쉐의 이 전통 때문에 시승 내내 승차할 때마다 자동차 열쇠가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겨가는 것을 반복해야만 했다.



SUV인 만큼 험로도 달릴 수 있도록 차체의 높이는 5단계로 조정할 수 있다. 차체를 가장 높은 위치로 해 놓고 승하차를 할 경우 불편을 감소해야 한다. 운전석에서 웬만큼 다리를 내려서는 땅에 발을 댈 수 없다. 안전을 위해 문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는 차체의 높이를 조정할 수 없다. 대신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는 어떤 길을 가더라도 차량 바닥을 긁힐까 하는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



계기판은 총 5개의 원형으로 구성돼 있다. 계기판 중앙에는 대형 3인치 디스플레이가 있는데 이는 팁트로닉 S 기어 디스플레이, 스포츠 모드 확인 또는 옵션 사양인 타이어 공기압 감시시스템(Tyre Pressure Monitoring/TPM)에서 판독 기능을 포함한 다양한 정보 표시에 사용된다.



기어박스 뒤에는 차체 높이를 조정하는 스위치, 도로여건에 따라 구륜방식을 바꾸는 스위치와 함께 배기장치를 바꾸는 스위치가 위치하고 있다. 특히 이 차가 스포츠카임을 증명하듯(?) 스포츠모드로 전환하는 스위치는 별도로 마련돼 있다.



◆주체할 수 없는 속도 충동



카이엔 S의 공인연비는 6.2km/l다. SSC의 설명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을 하면 7km/l 이상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눈이 핸들에 고이 새겨져 있는 방패 모양의 한가운데에 말 그림이 그려져 있는 포르쉐 엠블럼(포르쉐 본사가 있고 말 사육으로 유명한 슈트트가르트시의 문장에서 빌려온 것이다)을 보는 순간 발은 자연스럽게 가속페달을 밟게 한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카이엔 S의 속도는 가슴을 또 다시 흥분시킨다. 도저히 속도감을 주체할 수 없게 하는 차다. 아니 카이엔 S의 죄라기보다는 포르쉐 엠블럼의 죄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시간이 6.8초(딥트로닉 S)라면 웬만한 승용차보다 빠른 가속력이다. 90km/h 정도의 속도에서 가속페달을 좀 세게 밟았을 때도 순식간에 150km/h까지 속도를 올렸다. 속도계를 보지 않으면 어느 정도의 속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가속력이다.



코너링에서도 높은 차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정적이다. 구불구불한 길을 달려도 타이어가 착 달라붙는 느낌으로 잘 돌아나간다. 브레이크 성능 역시 뛰어나 맘껏 속도를 낼 수 있다.



카이엔 S는 분명 SUV이지만 이는 외형에 불과할 뿐 내용은 덩치 큰 스포츠카였다. 포르쉐 카이언 S의 판매가격은 9645만원(VAT 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