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바다에 떠있는 거제도는 자연풍광이 빼어난 섬이다. 특히 거제도 남동쪽 끄트머리엔 거센 바닷바람과 파도가 다듬은 기묘한 형태의 해안절벽과 바위섬들이 즐비하다. 나라에선 이 일대를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일부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바로 거제 해금강이 있다.

아주 오래전 거제도는 섬 전체가 동백나무 천지였다고 한다. 지금은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의 학동 동백림(천연기념물 제233호), 그리고 지심도를 비롯한 몇몇 군락지 외엔 동백나무가 그다지 많지 않다. 그 까닭은 동백꽃이 질 때 싱싱한 꽃봉오리가 통째로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죄인의 목이 잘리는 형상이라 거제도로 귀양 온 선비들이 꺼려해 주변의 동백나무를 베어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오고 있다.

파도와 바람이 빚어 논 명품 절경

유람선 타고 돌아보는 해금강 아름다운 경치

3월이면 동백꽃으로 붉게 물드는 학동 동백림 해안도로를 지나면 길은 거제 해금강(명승 제2호)으로 이어진다. 거제도 남동쪽 끄트머리의 해안은 길쭉하게 튀어나온 모습이 마치 칡을 닮았다 하여 갈곶(乫串)이라 불린다. 갈곶 동쪽 끝엔 큰 바위섬이 떠있는데 그 풍광이 금강산의 해금강에 버금갈 정도로 아름답다 하여 일찍부터 '거제 해금강'이라 불려왔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얼굴이요, 거제도 아름다움의 화룡점정인 거제 해금강을 감상하려면 유람선을 타거나 해안도로를 따라 갈곶 동쪽 선착장으로 가야한다. 물론 두가지 모두 경험해야 거제 해금강을 제대로 즐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승포 등 해금강 유람선이 출항하는 여러 항구 중 남부면 갈곶리의 도장포는 해금강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다. 유람선이 이곳을 출발해 갈곶의 해안절벽을 끼고 돌면 이내 거제 해금강이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파도와 바람이 빚어 논 명품 절경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사자바위, 바위꼭대기에서 오랜 세월을 버티고 해금강을 지켜온 천년송, 그 사이로 일출과 월출을 볼 수 있다는 일월관암, 그리고 은진미륵바위·신랑신부바위·거북바위…. 모두 오랜 세월 바닷바람과 거센 파도가 빚어낸 명품들이다. 그런 바위 까마득한 곳엔 이슬만 먹고 자란다는 풍란과 용설란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진시황의 명으로 불로초를 구하던 서불 일행이 사자바위에서 그네를 탔다는 전설은 해금강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들이 남겼다는 '서불과차'라는 글씨는 아쉽게도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유실되었다고 한다.

해금강 유람은 십자동굴에서 절정을 맞는다. 높이 솟은 바위 절벽의 틈새가 묘하게 열십(十)자를 이루고 있는데, 배가 그 틈새로 들어가면 저절로 감탄사가 터진다. 바위에 부딪치며 솟아오른 높은 파도가 선상까지 튀어 올라 오싹 소름도 돋는다. 거친 파도 따라 배가 기우뚱거리면 사람도 덩달아 흔들린다. 모두들 두려워한다. 그렇지만 배가 십자동굴을 벗어날 무렵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제 무서움에 떨었냐는 듯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해금강을 벗어난 유람선은 외도로 향한다. 해안선 길이가 2.3km인 외도는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아담한 돌섬이다. 한낱 돌섬이던 외도가 거제도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한 것은 한 개인이 30여년 동안 공 들여 가꾼 덕분이다.

이렇듯 조물주의 작품에 인간의 정성이 더해져 완성된 외도는 선착장에서 들어가는 길부터 눈을 놀라게 한다. 아름드리 동백나무와 하늘을 뒤덮은 후박나무, 남국의 분위기 물씬 풍기는 야자수, 그리고 가자니아·선샤인·유카리·병솔·잎새란·용설란 등 섬을 수놓은 수많은 식물들이 이국적인 정취를 한껏 발산한다.

파도와 바람이 빚어 논 명품 절경

해금강~외도 유람선은 장승포, 학동, 해금강 등에서 출항한다. 보통 2시간30분~3시간 소요. 외도에선 1시간30분 정도 머문다. 요금 어른 1만6000원~1만9000원, 소인(만2세 이상)은 8000원~1만원. 외도 입장료(어른 8000원, 어린이 4000원)는 따로 내야한다. 전화 장승포유람선 055-681-6565, 학동유람선 055-636-7755, 해금강유람선 055-633-1352

한편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진 않지만, 지심도는 이 일대에서 외도에 뒤지지 않는 매력을 지닌 섬이다. 장승포항에서 뱃길로 10~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지심도는 동백나무 원시림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지심도 동백꽃은 3월에 절정을 이루고 4월 초순이 되면 대부분 스러진다.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TV 프로그램 <1박2일>에 나오면서 방문객들이 많이 늘었다. 장승포항의 지심도선착장(055-682-2233)에서 매일 5회(08:00, 10:30, 12:30, 14:30, 16:30) 운항한다. 주말엔 매시간 추가 운항. 왕복 1만2000원.

파도와 바람이 빚어 논 명품 절경

빼어난 풍경의 여차~홍포 간 해안도로

배를 타고 바다를 즐겼다면 이번엔 드라이브로 해안 풍광을 즐겨보자. 해금강 유람선이 출항하는 갈곶리 도장포 해안으로 내려가면 바다를 향해 불쑥 튀어나온 부드러운 언덕이 보인다. 흔히 '바람의 언덕'이라고 불리는데 드라마 <이브의 화원>과 <회전목마> 등의 배경지로 나온 적도 있다. 바람의 언덕 뒤쪽엔 동백나무가 빼곡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붉은 동백 그늘 아래서 내려다보는 바다 풍광. 참 좋다.

도장포 입구에 있는 해금강 테마박물관은 폐교된 분교에 '그때 그 시절'이란 테마로 조성한 박물관. 1950~7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생활 용품들과 유럽의 장식품 5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1층은 이발관·만화방·다방·잡화점 등의 공간으로 구분돼 있고, 2층은 중세 유럽의 범선들을 비롯해 이태리 베네치아 가면, 프랑스 도자기인형, 밀랍인형, 칸영화제 포스터 등이 전시돼 있다. 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전화 055-632-0670~1 홈페이지 www.hggmuseum.com

이런저런 구경을 한 후 갈곶의 길쭉한 반도를 빠져나오면 해안도로는 거제도 남쪽으로 이어진다. 이곳의 해안풍광 역시 해금강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특히 거제도 최남단인 여차~홍포 간 해안도로엔 지중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빼어난 해안 풍광이 펼쳐진다.

한려해상 쪽빛 바다에 징검다리처럼 두둥실 떠있는 대병대도·소병대도, 그리고 저 멀리 그리움처럼 떠있는 가왕도·매물도 풍광은 한폭의 수채화가 된다. 중간중간 조망 좋은 곳엔 잠깐 쉬어갈 수 있는 전망대도 설치돼 있다. 기암절벽을 끼고 터를 잡은 여차마을의 몽돌해안 산책도 빼놓지 말자.
파도와 바람이 빚어 논 명품 절경

여행정보

●교통 경부고속도로→비룡분기점→통영·대전고속도로→통영 나들목→14번 국도→사등리 삼거리(우회전)→거제면→동부면→학동리→갈곶(도장포)→해금강 <수도권 기준 5시간30분 소요>

●숙박 해금강 가까운 갈곶리에서 묵으면 해금강 유람선, 해금강 일출, 바람의 언덕 산책 등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해금강 블루마우 리조트(구 거제훼밀리호텔 055-632-6377, www.geojefamilyhotel.co.kr)가 괜찮다. 지중해풍 객실 발코니에서는 다포도, 대돚소병대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학동 몽돌해변에 하얀나래(055-635-9711), 이리스(011-499-5984), 바닷가애(愛)펜션(055-635-8051) 등 전망 좋은 펜션이 많다. 거제도자연휴양림(055-639-8115~7 www.geojehuyang.or.kr)은 깊은 산중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휴양시설.

●별미 도다리쑥국은 봄철 거제도의 별미. 맛과 영양 만점인 봄도다리와 향긋한 봄쑥이 만나면 식탁은 봄 향기로 가득 찬다. 장승포 지심도선착장 근처의 원조자연산횟집(055-682-4808) 등에서 맛볼 수 있다. 1인분 1만5000원.

●참조 거제시청 대표전화 055-639-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