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우려 마신 지도 어언 7년이 다 되어 간다. 차를 두고 하는 얘기다. 차를 차라고만 부르니 내가 차를 마시는 줄 알았는데, 차도 풀떼기의 한 종류이기에, 내가 다름 아닌 풀잎을 우려 마시는구나 싶으니, 소녀취향의 젖은 풀잎 냄새가 사방에서 스며든다.
채소보단 고기를 좋아한다. 내게 채소는 고기에 곁들여 먹는 사이드 디시다. 생활도 식성을 닮아서 채소처럼 산뜻하기보단 고기처럼 우중충하다. 질겨서 씹는 맛은 있지만, 생활을 이처럼 잘근잘근 씹고 나면 금세 지친다. 이런 내가 차를 마신다는 것, 정신줄 잠시 놓아버리고 얼터너티브 락에 헤드뱅잉하길 좋아하는 내가 돌연 앉아서 풀잎을 우려 홀짝인다는 것, 그 형식 자체가 내겐 놀라운 사건이다.
차를 마시는 행위가 사건이라면, 차에 든 내용은 일종의 축복이다. 차에 든 '카테킨'이라는 성분은 내 몸 속에 들어와 하는 일이 참 많다. 불규칙하고 방종한 생활 덕에 내 오장육부는 매일 상처받는다. 그런데 차의 쓴맛을 내는 ‘카테킨’이 다행히 매일 내 몸 속에 들어와, 이젠 나이를 먹어 점점 쪼그라드는 기초대사량을 늘려서 체지방을 산화시킨다. 나이를 먹으면 배가 나오는 건 기초대사량이 줄어들기에 그렇기도 한데, ‘카테킨’이 내 뱃살을 억제시킨다.
그뿐인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며 중금속과 니코틴을 해독한다. 섭생이 좋다는 것을 왜 모를까만은 세상에서 제일 바쁜 한국의 직장인들이, 어느 세월에 식재료를 구매해 씻고 다듬고 삶고 볶아서 먹겠는가. 정히 이런 판국일 때에, 차는 음식에 든 별의별 독성(중금속과 니코틴을 포함해)을 해독하는데 일조하는 바, 차를 마시자.
‘카테킨’의 역할이 여기까지라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카테킨은 위산을 억제시켜 위 운동을 활발케 한다. 식사 후 졸음이 몰려오고 외려 더 피곤해지는 건 위산 때문이다. 위산은 스트레스와 마찬가지로 위암을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그러니 식사 후 차를 마시면 도움이 될 테다. 또한 ‘카테킨’은 대장운동을 활발케하여 변비에도 도움이 된다. 보이차가 다이어트에 좋다는 풍문은 일정부분 맞는 애기다. 그렇지만 보이차에만 ‘카테킨’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어서 모든 차(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가 다이어트에 어느 정도는 기여한다.
‘카테킨’이 주는 자잘한 축복들을 좀 더 나열하자면, 신종 플루 항바이러스 작용과 피부노화 억제를 들 수 있다. 여성들은 차성분이 든 화장품을 비싸게 사서 얼굴에 바를 것이 아니라, 차라리 마셔버려라. 효과는 피부에 찔끔찔끔 바르는 것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더 낫지 않겠는가? 물론 이 모든 축복은 차성분이 든 음료에서가 아니라, 신선한 찻잎을 직접 우려 마실 때에 온전히 받을 수 있다.
내가 떠돌이 약장수가 아니고서야 앞서 말한 모든 축복들은 이미 검증된 연구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이약 저약 몸에 좋다는 온갖 화학성분들, 개소주나 가시오가피 따위는 잘도 찾아 먹으면서, 차는 도무지 마시지 않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니, 이해는 한다. 나는 이미 여러 차례 내 칼럼을 통해서 차를 마실 수 없는 이유를 사회과학적으로 개진한 바 있다. 그렇지만 좀 안타까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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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묘약은 아닐 테지만
에코라이프
김인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