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항공기에 탑승하고 나서 내려달라는 승객의 요구에 이륙이 늦어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2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항공기에 탑승 후 자발적으로 내린 사례는 52건이다. 지난 한해 동안 84건의 자발적 요구 사례가 발생한 점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증가한 수치다.
특히 내려달라는 요구의 이유를 살펴보면 본인의 건강 악화, 가족의 변고와 같은 급박한 이유가 아니라 개인적인 사유가 37%를 차지한다. ▲남자 친구와 통화하다 싸워서 지금 만나러 가야 한다 ▲다른 항공편에 일행이 있으니 그 항공편으로 갈아타겠다 ▲탑승하기 전에 놓고 온 소지품을 찾아야 한다 ▲술이 덜 깨 속이 불편해 못 타겠다 ▲앉은 좌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만약 승객이 항공기에서 내리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할 경우 공항과 항공사는 보안 검색을 위해 다른 탑승객들까지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는 도중 내려달라는 요구를 하는 승객이 발생하면 공항 및 항공사의 보안 프로그램에 의거해 항공기는 탑승구로 다시 돌아야 한다. 또 탑승객 모두 각자의 소지품 및 휴대 수하물을 들고 내려야 한다.
이에 공항 보안관계기관 직원과 승무원들이 내리겠다고 요청한 승객의 좌석 근처를 중심으로 위험물이 있는지를 검색하고 이상이 없을 경우 승객들의 재탑승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보안 검색과정을 거칠 경우 국제선은 2시간, 국내선은 1시간 이상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다른 승객들이 목적지에 늦게 도착해 일정에 문제가 생기는 등 유·무형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아울러 항공사도 재운항을 위한 추가 급유, 승객들과 수하물의 재탑재로 인한 지상조업 비용 및 인건비 등 운항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대형 기종의 항공기가 출발 후 다시 탑승구로 되돌아오는 경우 손실액은 수백만원에 달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승객의 내려달라는 요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지 않으나 항공사가 승객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들어주고 있다”며 “그러나 다른 승객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만큼 무책임하게 요구하는 사례는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기 출발 지연 급증, “애인과 싸워서 만나야 한다?”
박성필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