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전 감독뿐 아니라 현역에서 활동 중인 몇몇 선수들도 승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선수생활을 끝냈다. 이들이 승부를 조작한 이유는 스포츠토토 때문이다. 스포츠토토는 축구, 야구, 농구 등 6개 종목을 대상으로 경기 전 결과를 예측해 베팅하면 결과에 따라 순위별로 배당금을 지급하는 체육복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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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비위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승부조작을 조장하는 스포츠토토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어쨌든 스포츠토토는 합법적인 베팅게임이다.
최근에는 스포츠 도박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됐다. 이수근을 비롯한 유명 연예인들이 관련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다. 이들이 한 스포츠 도박은 스포츠토토와 유사한 형태지만 사설이라 불법이다.
이렇듯 스포츠베팅게임의 합법과 불법을 나누는 큰 기준은 정부가 허용을 했느냐 여부다. 전문가들은 이런 모호한 기준 자체가 사회적으로 혼란을 준다고 비판한다. 스포츠토토는 불법이 아닌데 사설 토토는 불법으로 지정된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주영 중독전문가협회 사무국장은 "도박은 합법이든 불법이든 나쁜 행위인데, 법으로 허용된 사행산업은 괜찮다는 논리는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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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산업으로 배불리는 정부?
스포츠토토처럼 정당한 노동 없이 우연의 결과에 따라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이 가해지는 행위를 일컬어 사행행위라고 한다.
현재 한국정부가 법으로 허용하는 사행행위는 경마를 비롯해 경륜, 경정, 복권, 스포츠토토, 소싸움 등 모두 7가지다. 2010년까지는 6개였으나 뒤늦게 소싸움이 추가되면서 7개가 됐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개수다. 룩셈부르크는 2개만을 허용하고 있으며 미국이나 일본, 이탈리아, 영국도 4~6개로 우리나라보다 적다. 우리나라의 GDP대비 사행사업 비중도 0.61%(2006년 기준)로 OECD 국가 평균인 0.45%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국가에서 합법적인 사행산업을 늘리는 이유는 수익금과 연관이 깊다고 말한다. 실제로 사행산업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확충, 기금확보 등과 같은 공익적 목적과 연계돼 있다. 수익금의 일정부분을 정해진 기관에 기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세율도 높다. 현재 사행산업의 조세율은 18%로 책정돼 있으며, 국세와 지방세로 확충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사행산업법 자체가 '어떻게 국가재정이나 지방재정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인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이 사무국장은 "자칫 중독될 수 있는 스포츠베팅게임을 조세 확보를 이유로 국가가 무분별하게 허용함으로써 도박중독을 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오리온이 맡고 있는 스포츠토토의 운영권을 정부가 가져오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난해 11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관석 의원(민주당) 등 21명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스포츠토토 공영화 내용을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스포츠토토 사업 자체가 공영화된다. 하지만 이 법안은 지난 4월10일 국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후 처리되지 못해 아직 계류 중이다. 현재는 9월에 만료된 오리온의 위탁 계약을 내년 3월까지 가연장해준 상태다.
공영화 추진의 명분은 오리온의 비리에 있다. 지난해 6월 오리온그룹 전략담당자가 스포츠토토 회사돈 50억원을 횡령해 검찰에 구속되자 더 이상 사기관에 운영을 맡길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해석은 다르다. 스포츠토토가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만큼 위탁자가 아닌 정부가 직접 이를 취하기 위해 공영화를 추진 중이라는 것. 스포츠토토의 실적은 2004년 130억원 당기순손실이었으나 정부가 발행횟수를 90회에서 300회로 조정해준 2005년엔 1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후 2006년 495억원, 2007년 77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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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경마는 불법, TV경마장은 합법
정부는 합법 사행산업의 경우 1일 베팅금액을 제한하고 있는 데다 정기적인 관리까지 이뤄지고 있어 문제가 없다며 불법 사행산업만을 문제 삼고 있다.
합법 경마는 1회 베팅 최고한도액을 10만원으로 제한한다. 이는 스포츠토토 역시 마찬가지다. 베팅 가능한 연령도 19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스포츠토토의 경우에는 지나친 사행성을 차단하기 위해 경기 전에만 베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사설로 이뤄지는 사행산업은 한번에 베팅금액이 억원 단위로 높아지는 등 1회 한도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이유로 합법적 사행산업을 건전한 레저게임으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국에 설치된 32개가량의 TV경마장을 건전한 레저장소로 보기 어렵다는 것.
이 사무국장은 "현재 국내에 경마장으로 조성된 경마공원이 서울, 부산, 제주 등 3곳에 있다"며 "경마공원만 놓고 보면 레저게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를 TV로 생중계하는 TV경마장은 단순 레저가 아닌 중독을 야기하는 측면이 강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사무국장이 만난 경마 도박 중독자들 중 상당수가 접근성이 좋은 TV경마장을 주로 찾는다는 것. 그는 "현재 스크린경마는 불법으로 지정돼 있는데, TV경마장의 경우 정부가 운영한다는 이유로 합법이라는 논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도박의 문제점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정부가 사행산업을 직접 운영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해외에서처럼 사행산업은 민간에서 운영하고, 정부는 이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합법 사행산업의 문제점을 바로 잡은 후에야 불법 사행산업 관리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