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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올해 들어 글로벌 제약사와 대형 기술수출 빅딜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10조 기술수출 시대'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계약 체결에 그치지 않고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 마일스톤 수령 사례도 늘어나면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누적 기술수출 규모는 약 62억달러(약 8조6500억원)로, 지난해 연간 실적인 47억달러(약 6조5000억원)를 넘어섰다. 누적 계약금이 8조원을 넘어서며 2021년에 이어 올해 다시 기술수출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기술수출 규모는 2021년 약 14조원이다.
올해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먼저 기술수출 계약을 따낸 에임드바이오는 지난 1월 미국 바이오헤이븐과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 AMB302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와 조건은 비공개다. AMB302는 악성 뇌종양과 방광암을 적응증으로 한다.
올릭스는 지난 2월 미국 일라이 릴리와 6억3000만달러(약 9100억원) 규모의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으로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과 심혈관·대사질환을 표적하는 후보물질 OLX702A의 개발·상용화를 목표로 일라이 릴리에 독점적 라이선스를 부여하게 됐다. 지난 19일에는 알지노믹스도 일라이 릴리와 1조9000억원 규모의 리보핵산(RNA)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에이비엘바이오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와 인슐린유사성장인자1수용체(IGF1R) 기반의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기술 그랩바디-B를 기술이전했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 및 단기 마일스톤 7710만파운드(약 1480억원)를 포함해 최대 21억4010만파운드(약 4조1000억원)에 달하는 빅딜이다. 알테오젠은 지난 3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에 정맥주사(IV) 제형 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꿔주는 하이브로자임(ALT-B4) 플랫폼 기술을 이전했다. 계약 규모는 13억5000만달러(약 1조9640억원)이다.
계약에서 성과로… 기술수출 마일스톤 확보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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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수출 계약 체결은 의미있는 성과지만 단순한 계약 규모만으로 성공을 판단하긴 이르다. 파트너사가 실제로 개발을 지속해 마일스톤 수령과 로열티로 이어져야 장기적인 수익 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유한양행, 대웅제약, 노벨티노빌리티, 티움바이오 등 국내에서 올 1분기에만 총 4건의 기술반환이 발생했다. 계약금은 수령했지만 파트너사의 개발 중단으로 후속 수익 확보에 실패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기술수출 이후 마일스톤을 수령하는 사례가 늘며 기술이전의 실질적인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8년 얀센에 기술수출한 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통해 지금까지 총 1억6000만달러(약 2184억원)의 마일스톤을 확보했다. 병용요법 임상 진입, 피험자 모집,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 등 주요 개발 단계에서 성과 기반으로 기술료를 수령했다. 에이비엘바이오도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B를 적용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을 사노피 자회사 젠자임에 기술이전한 후 임상 진입 및 제조기술 이전 등의 단계를 거치며 총 5000만달러(약 680억원)의 마일스톤을 수령했다.
최근 기술수출 신흥 강자로 떠오른 종근당과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종근당은 2023년 노바티스에 기술이전한 HDAC6(히스톤디아세틸화효소6) 억제제 CKD-510이 FDA로부터 임상 2상 진입 승인을 받으며 올해 첫 마일스톤 500만달러(약 68억원)를 수령할 예정이다. 온코닉은 2023년 방광암 치료제 자큐보를 중국 리브존에 기술수출한 뒤 임상 3상 첫 환자 투여에 따라 300만달러(약 41억원)의 마일스톤을 수령했다. 자큐보 생산을 위한 양산기술(CMC) 이전 완료에 따라 150만달러(약 22억원)를 청구해 총 450만달러(약 61억원)를 확보할 예정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빅파마에 신약 기술 이전 레코드를 보유한 국내 바이오텍은 지난 10년간 12개 기업으로 증가하며 여타 바이오텍의 기술 이전 기대감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중국 바이오텍의 성장으로 서구권의 아시아 신약 기술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K바이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