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살고 있는 직장인에게 햄릿의 명대사 ‘죽느냐, 사느냐’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됐다. 직장인들은 ‘버티느냐, 나가느냐’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희망퇴직·명예퇴직 등의 인력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나가게 된 노동자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생존을 위해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기업들과 일정의 위로금을 지급받고 거리로 내몰리게 된 노동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이에 <머니위크>는 희망퇴직이 일상화된 대한민국의 오늘을 진단하고,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희망퇴직자와 초강수를 둔 기업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또 2016년으로 예정된 정년연장 법안의 실효성과 해외의 구조조정 사례 등 ‘희망퇴직의 시대’를 다각도에서 조명했다.


"당신은 1997년 IMF시절을 기억합니까?"

명예퇴직(명퇴)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직장인들이 정든 직장을 떠나야 했던 그 시절.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때의 인력 구조조정 방식이 지금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 말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한계상황에 직면한 기업들이 다시 대규모 구조조정 및 감원에 들어가면서 직장인들의 근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의 직원들은 제대로 된 희망퇴직금조차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 전전긍긍하고 있다.

무엇보다 명퇴나 희망퇴직 이후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없는 현실이 샐러리맨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명퇴나 희망퇴직으로 직장을 떠나 성공한 사례보다 실패한 사례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희망퇴직이라는 미로에서 홀로 설 수 있는 길을 알아봤다.

#1. 이준표씨(47·가명)는 지난해 대학 졸업 후 줄곧 함께 해 온 회사를 나왔다. 그가 다닌 회사는 국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기업. 이곳은 노사 간 합의로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퇴직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재취업 및 창업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는 재취업에 성공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대기업 조직의 노하우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으로 이직했다.

#2. 김연주씨(37·가명)는 지난달 그동안 꿈꿔왔던 꽃 가게를 차렸다. 그녀가 다닌 회사는 중소기업으로 지난해 회사가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다른 회사에 M&A 됐고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당했다. 그녀는 퇴직 후 곧바로 지방자치단체에서 퇴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플로리스트 레슨과 창업프로그램을 듣고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3. 김진호씨(50·가명)는 얼마 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 그동안 크고 작은 무역회사를 전전하던 그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한 후 정부의 재취업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했다. 이를 통해 그는 지금 자신의 경험을 살린 수출컨설턴트라는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자료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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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어렵다지만 방법은 많다

취업하기 어려운 요즘, 재취업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들다. 물론 대기업에 다니던 직장인이라면 대기업 조직의 노하우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협력업체나 중소기업에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처럼 대규모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퇴직한 사람들은 재취업이 더 힘들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재취업은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

우선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해온 직장인이라면 가장 기본적으로 챙겨야 하는 것이 있다. 현재 자신이 가장 많이 알고 전문경력도 풍부한 동종업계의 경쟁사를 알아보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 중에는 경력직 채용 시 사내 직원을 통한 '추천제'를 도입하기도 하는데 지인의 추천을 통해 입사지원을 하는 것도 유리하다. 또 전문 헤드헌터의 도움을 받으면 단기간 내에 원하는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

이외에는 재교육을 통해서도 '전문직'으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최근 몇년 사이 직장인들의 재교육 열풍이 일면서 현재 재취업전문기관이나 직장인 재교육기관이 많아졌다. 이들 업체의 경우 전문직 자격증 취득과 수료 후 취업기관 알선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재취업에 유용하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다. 일자리 정보를 알아야 재취업 기회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취업 정보는 어디서 확보할 수 있을까.

우선 기장 기본적으로 고용노동부 '워크넷'(www.work.go.kr)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놓치면 안된다. 워크넷은 약 950만 회원이 가입한 국가 취업포털사이트. 하루 순방문자 수가 약 52만명에 달한다. 워크넷을 운영하는 고용지원센터는 취업지원, 고용안정사업, 고용보험관리, 집단 직업상담, 직업능력개발 등 고용전반의 업무를 추진하는 기관이다.

특히 워크넷의 성실프로그램과 고령자 뉴스타트프로그램은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성실프로그램은 고령자에게 면접요령과 적절한 직업 등을 알려주는 5일 과정의 직업지도프로그램. 고령자 뉴스타트프로그램은 취업직전 고령자에게 직업훈련을 제공해 실전 적응능력을 키워준다.
/자료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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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하고 싶었던 분야 창업… 해외취업도 방법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취미를 살려 창업에 도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다만 요즘은 고령화 사회와 급증하는 퇴직자로 인해 창업 열풍이 거센 만큼 까딱 잘못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두번째 사례로 소개한 것처럼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 준비 없이 생각만으로 무리하게 창업에 도전하는 것도 절대 금물. 반드시 이와 관련된 교육을 받고 상권분석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며 장기간 계획을 세워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각 지자체와 정부 및 각 시도의 소상공인센터 등을 통해 이와 관련된 교육을 받거나 자문을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

컨설팅에 관심이 있다면 경영지도사나 지도기술사 자격증을 따는 것도 좋다. 경영지도사는 경영종합·재무회계·인사조직노무사무·생산유통·마케팅 등을 진단·지도·조사·분석하는 전문가다. 중소기업의 경우 소소한 일상업무에 변호사나 회계사·세무사·관세사를 고용하려면 비용부담이 과도하기 때문에 도입된 제도가 경영지도사다. 하지만 이는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해외 재취업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는 무역이나 IT분야에 종사했던 퇴직자에게 유리하다. 무역 분야는 우리나라와 거래가 빈번한 외국기업들이 국내 인재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취업하기 수월하다. 또 IT업계의 경우 국내 IT산업이 워낙 발달해 위상이 높은 데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나라에서 우리나라 인재를 구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이러한 정보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찾을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