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함께 '투톱'으로 꼽히는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도 최근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대표주로서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지난 11일 현대차는 장중 21만2000원까지 떨어지며 추석연휴 직전 거래일인 5일 기록한 52주 신저가(21만6000원)를 다시 한번 경신했다. 이틀 연속 주가가 연중 최저치로 추락한 것이다.
◆ 엔저에 파업·내수부진까지 '삼중고'
현대차 주가급락의 원인으로는 총 3가지가 꼽힌다. 우선 엔저다. '아베노믹스' 추진으로 진행되던 엔화 약세가 지난 상반기에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들어 다시 약세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11일 기준으로 일본 엔화는 6년 만에 달러당 107엔대를 돌파했다. 엔화가치가 달러당 107엔대로 접어들기는 2008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엔화의 가치하락은 국내 수출업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같은날 현대차가 재차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것도 심화되는 엔저에 따른 실적부진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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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요소는 파업이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키는 건을 놓고 사측과 대립하다 지난달 22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현대차는 지난 22일부터 노조의 부분파업과 특근 거부로 1만5000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어 최소 3400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내수부진을 들 수 있다. 지난달 자동차 내수시장의 수입차 판매실적은 1만6442대를 기록, 지난해 8월 대비 17.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상민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8월 수입차 내수시장 점유율이 13.4%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강 애널리스트는 "올해에는 현대차그룹의 신차전략이 집중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해 중반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현대차그룹의 내수시장점유율이 70%를 하회하기 시작해 올 8월에는 68%를 간신히 지켰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엔저와 노조의 파업, 수입차의 선방으로 인한 내수부진 등이 현대차의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 단기적 모멘텀 사라진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차의 주가를 단기에 끌어올릴 모멘텀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공장 출고 기준으로 내수 4만8000대(전년대비 1% 증가), 수출 6만4000대(전년대비 25% 감소)를 판매했다. 글로벌 전체 출고 대수는 35만8000대인데 이는 전년동기 대비 6% 감소한 수치다.
이에 대해 류연화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에는 휴가기간이 7월 말이었으나 올해는 8월 초로 조정되면서 근무일수가 크게 감소해 내수시장과 수출물량 등 실적이 부진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9월에는 나아질 수 있을까. 류 애널리스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계 휴가효과가 제거된 7~8월 누적판매량을 보면 내수가 1% 증가한 반면에 수출은 10%나 감소했다는 것. 그는 "상용차 부분이 강했으나 쏘나타의 신차효과가 위력을 다했고 파업도 부분적으로 진행되면서 국내부문에서도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며 "9월 이후에도 여전히 판매를 견인할 모멘텀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미국에서는 9~12월에 계절적으로 LT(경트럭·Light Truck) 수요가 확대될 시기"라며 "승용차 중심의 현대차 시장점유율은 전월대비 추세하락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애널리스트는 "특히 9월은 국내 노사 이슈로 생산차질 가능성이 높다"며 "부분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수출차질 우려가 존재하는 등 현대기아차의 미국 점유율 확대에 부정적"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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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
◆ '저가매수 기회' 분석도
그렇다면 현대차에 희망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금이 저가매수 기회라고 설명한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공장의 노사 불안은 해외공장 건설가속으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미국산 LF쏘나타의 미국 판매가 9월부터 본격화될 것이고 중국산 컴팩트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인 ix25도 10월에 중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따라서 향후 주가는 기간 조정을 더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노사간 협상타결이 이뤄지면 강하게 반등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서 애널리스트는 지난 2001년부터 발생한 9번의 임금협상 관련 파업을 보면 파업 마지막 날을 기점으로 3개월 뒤 주가가 평균 7% 상승했으며 코스피 수익률은 3.6%포인트 상회했다고 덧붙였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 주가의 부진이 엔화대비 원화의 강세영향과 신모델 사이클을 앞둔 일시적 구형모델 믹스 확대, 신공장 건설을 앞둔 한시적 공급부족 등 일시적 원인 때문이라면 이는 ▲환율개선 ▲공급능력 확충 ▲신모델 사이클 도래로 극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불리한 환율에도 불구 제네시스, 쏘울 등 신모델의 판매증가세를 볼 때 아직까진 일시적 부진이 원인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고 애널리스트는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원화의 나홀로 강세 기조가 꺾일 것으로 예상되며 기아차 멕시코 공장의 30만대 증설 등 공급능력 확충노력, 향후 지속될 신차 사이클과 SUV·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MPV(다목적차량) 제품포트폴리오 보강으로 점진적 해결책이 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