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이후 금융당국은 빠른 속도로 결제규제를 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전자상거래에서 카드결제 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정을 폐지했다. 지난 7월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가 관련 산업계와 협의를 거쳐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당시 간편화 방안에서 카드사,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ayment Gateway. 이하 PG사) 등 관련업계와 협의해 올 하반기 중 온라인상거래 시 공인인증서 외의 대체수단을 제공하고 간편결제서비스를 조속히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이들 업체들이 카드정보를 보유하며 간단한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팔'(Paypal), '알리페이'(Alipay) 등과 같은 간편한 결제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기로 했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온라인 결제방식의 변화로 인해 PG사들의 행보도 덩달아 빨라지고 있다.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없이도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최초 1회만 결제정보를 등록하면 추가 절차 없이 간단한 인증만으로 모바일과 PC에서 결제할 수 있는 간편결제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 |
◆ 빗장 푸니 몰려오는 해외 공룡들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풀고 법적으로 강제하던 공인인증서 독점이 풀리자 곧바로 등장한 것이 해외 유명업체들의 한국진출 소식이다. 현 시점에서 거론되는 업체들은 페이팔, 알리페이, 텐센트 등이다.
이미 이들 가운데 중국 최대 온라인거래업체인 알리바바닷컴의 자회사인 알리페이가 지난 4월, 서울에 한국사무소를 개설하고 시장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알리페이는 지난 2004년 알리바바가 이베이의 전자결제시스템인 페이팔을 벤치마킹해 설립한 제3자 온라인결제 플랫폼이다. 중국 온라인결제시장 점유율만 50%에 달하며 현재 34개 국가에 결제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외에 페이팔의 한국 진출설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지난 1998년 설립된 페이팔은 한국에 법인설립까지 마친 아마존의 한국진출과 동시에 옥션·G마켓에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옥션과 G마켓은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픈마켓인 이베이(eBay) 소유다. 또한 이베이는 페이팔의 모회사다.
페이팔은 구매자와 판매자를 중계해주는 일종의 에스크로서비스다. 구매자가 페이팔에 돈을 지불하고 페이팔이 그 돈을 판매자에게 지불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다만 이베이가 지난 9월30일(현지시간) 페이팔을 분사해 상장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관계로 국내진출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현재로선 알기 힘든 상태다.
![]() |
스마트 금융서비스 모카(MOCA)를 선보이고 있는 KT MWC 전시관. /사진=머니투데이DB |
◆ 토종PG사들, 경쟁에서 이겨라
정부가 결제규제를 풀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결제시스템은 복잡했다. 예컨대 쇼핑몰에서 가격이 200만원인 TV를 산다면 일단 로그인한 후 제품을 선택하고 결제를 위해 액티브X를 설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결제모듈, 키보드 보안 등 3~4개의 프로그램이 설치된다. 설치과정 중 자동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꺼지기 때문에 설치가 완료되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다시 열어서 해당 쇼핑몰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다시 결제버튼을 눌러야 한다. 할인쿠폰이 있다면 이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할인쿠폰을 적용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한 번 더 결제버튼을 누르면 이번에는 카드의 종류와 할부기간을 선택해야 한다. 다음으로 할 일은 개인정보 공유에 동의하는 것이다. 이후 신용카드 결제방식(앱카드·안심클릭)을 선택한 후 신용카드 정보(카드번호)와 공인인증서 암호를 입력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면 마침내 결제가 완료된다. 우리는 그동안 쇼핑몰에서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 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반면 간편결제가 일상화된 해외의 경우 신용카드가 사전에 등록돼 있다는 전제 하에 쇼핑몰에 로그인하고 제품을 선택한 후 결제하기를 누르면 결제가 완료된다. 결제속도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동안 '지름신의 수문장'으로 불렸던 액티브X가 사라지고 있다. 정부의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 발표 이후 국내에 간편결제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어서다.
LG유플러스가 완화된 온라인결제 규격에 맞춰 개발한 '페이나우 플러스'는 스마트폰에서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6자리 비밀번호를 설정하면 가입이 완료된다. 결제정보만 등록해두면 순수 결제시간이 3초에 불과해 '3초 결제'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의 제작사인 다음카카오가 내놓은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에 신용카드 정보와 결제 비밀번호를 등록해두면 스마트폰에서 비밀번호만으로 간단하게 결제를 마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카카오페이에 적용된 LG CNS의 엠페이(MPay)는 지난 7월 금융감독원 보안 '가군' 인증을 받은 결제솔루션이다. 공인인증서와 동급의 안전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아직까지는 30만원 이상 결제 시 여전히 공인인증서가 필요한 버전이다. 이외에도 KG이니시스는 케이페이, 한국사이버결제는 셀프페이, SK플래닛은 페이핀 등의 간편결제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다만 이들의 미래가 밝을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지난달 26일 여신금융협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간편결제서비스 확대에 따른 환경변화 요인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이효찬 여신금융협회 조사연구센터장은 "페이팔의 수수료 체계를 바탕으로 산정한 결과 우리나라 온라인쇼핑몰에 대한 수수료는 매출액별로 2.36~3.97%로 예상되는데 이는 국내 3.4~4.0%에 비해 낮다"고 밝혔다.
해외 공룡들이 국내법에 따라 자본금과 인력 등 특정요건을 갖추고 전자금융거래업자로 등록하면 순식간에 국내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얘기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