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가 스트레이트로 이어지는 설 황금연휴. 극장가도 대목을 맞아 기대작들이 포진했다. 특히 국적이 따로 없는 매력만점 중년들의 격전이 눈에 띈다. 이에 맞서는 젊은 피들의 매력 발산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나이 따위 먹지 않는 막강 캐릭터들이 함께 도전장을 던졌다.


 

/사진=뉴스1 박정호 기자
/사진=뉴스1 박정호 기자

4년 만에 돌아온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감독 김석윤·제작 청년필름, 이하 '조선명탐정2')은 매력만점 중년콤비를 앞세운 코믹 어드벤처다. 지난 2011년 설 시즌 개봉, 무려 478만 관객을 합작했던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의 김명민·오달수가 김석윤 감독과 다시 손잡고 설을 맞아 컴백했다. 여전히 멋드러진 콧수염을 기른 허허실실 명탐정 김명민과 반전의 개장수에서 확실한 조력자로 돌아온 오달수의 척척 맞는 콤비플레이가 재미의 8할이다. 심각함을 벗어던진 김명민과 1억 관객 배우의 저력이 여전한 오달수는 코미디부터 드라마, 액션까지 극의 중심축 역할을 확실히 해낸다. 어딘지 모자란, 나사 풀린 인간미가 포인트다.
◆ 스크린 점령한 개성충만 '중년들'


복고풍 멜로영화 <쎄시봉>(감독 김현석·제작 제이필름)에서는 미중년으로 돌아온 김윤석을 발견할 수 있다. 1960년대 말을 주름잡던 무교동 음악다방이 주 무대지만 이 아름답고도 절절한 러브스토리를 마무리하는 것은 '신뢰의 배우' 김윤석이다. 살벌한 청소년불가영화로 최근 관객을 맞아 온 김윤석은 청춘의 기억을 지워버린 쓸쓸한 중년 남자의 모습으로 관객을 맞는다. 멜로 한풀이는 다 하지 못했다지만 전에 없이 촉촉해진 김윤석의 모습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가 뒤늦게 만난 날카로운 첫사랑의 상대는 중년여신 김희애. 그 시절 쎄시봉의 남자들을 모두 홀렸던 마성의 여인 캐릭터란 설정에 걸맞게 짧은 등장에도 존재감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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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감독 윤제균·제작 JK필름)의 황정민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개봉 두달이 다 되도록 식지 않은 흥행세를 과시하며 1300만을 향해 가고 있는 <국제시장> 역시 엄연한 설 영화. 현대사의 격변기를 몸으로 살아낸 남자의 이야기를 담아낸 <국제시장>의 당당한 원톱 주인공인 황정민은 수십년 세월을 아우르는 연기로 '믿고 보는 황정민의 저력'을 실감케 했다. 김윤진과 오달수의 지원사격도 든든하다. 이를 미처 보지 못한 이들, 한번 또 보고 싶은 이들이 설을 맞아 다시 극장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하는 할리우드 중년 배우들의 공세 역시 만만치 않다. 인기 그래픽 노블이 원작인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감독 매튜 본)의 콜린 퍼스가 일단 눈에 띈다. 중년의 나이에 처음으로 액션에 도전한 연기파 영국 신사는 젠틀맨 스파이그룹의 핵심인사답게 내내 반듯한 정장에 헝클어짐 없는 모습. 그러나 강렬한 액션과 블랙코미디에서도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차세대 스파이 액션물의 탄생을 알렸다. 이에 대비되는 힙합 악당으로 분한 사무엘 L. 잭슨이 콜린 퍼스와 뚜렷한 대립각을 이루며 극의 재미를 업그레이드했다.

천재 사기꾼 모데카이의 기상천외한 사기 생각을 그린 영화 <모데카이>(데이빗 코엡)의 타이틀롤은 미중년의 마력을 내뿜는 배우 조니 뎁이 맡았다. <조선명탐정> 김명민과는 또 다른 콧수염의 매력을 선보이는 조니 뎁은 특유의 엉뚱하고도 유쾌한 캐릭터, 좌충우돌 소동극으로 설 관객을 노크한다. 40대에도 여전한 미모를 과시하며 사랑받고 있는 기네스 팰트로가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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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울리는 목소리만으로도 <셜록> 팬들을 설레게 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제 2차 세계대전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설 관객을 만난다. 영국 드라마 <셜록> 이후 한껏 주가가 치솟은 그는 2차 대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실존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 역을 맡아 또 다른 캐릭터를 선보인다. 해독이 불가능한 암호 에니그마에 속수무책 당하던 연합군을 위해 나선 집념의 캐릭터다. 컴버배치는 이를 위해 각종 자료를 찾아 앨런 튜링의 자세나 버릇까지 연구, 극에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 중년에 맞서는 '불변의 매력'

물론 믿고 보는 중년들이 맹활약 속에서 젊은 차세대 배우들도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쎄시봉>은 풋풋한 첫사랑에 빠진 커플로 분한 정우, 한효주, 윤형주·송창식으로 분한 강하늘·조복래 등 젊은 배우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대역 없이 실존 가수들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이들의 노래 역시 듣는 맛이 있다. <조선명탐정2>에는 미스터리한 미녀 게이샤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이연희가 등장해 시선을 붙든다. 한효주와 이연희, 두 20대 주자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미모 대결 역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의 테론 에거튼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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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 구애받지 않는 불변의 매력덩어리들도 설을 맞아 극장을 누빈다. 그 주인공은 수십년 내공의 절대 캐릭터 명탐정 코난과 도라에몽. 어린이 관객들의 절대적인 지지는 이번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도라에몽:스탠바이미>는 지난 1969년 첫 연재 이후 무려 46년간 인기몰이 중인 도라에몽 시리즈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3D 애니메이션. 도라에몽과 진구의 첫 만남과 마지막을 담는다. 일본에서는 5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600만 관객을 넘긴 흥행작이다. <명탐정 코난 : 코난 실종사건 - 사상 최악의 이틀>은 지난 1994년 연재를 시작한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20주년 기념 작품. 기억을 잃은 채 납치돼 거대 음모에 휘말리게 된 코난의 활약상이 그려진다. 20년이 넘도록 영특한 꼬마탐정으로 사랑받고 있는 코난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 합본호(제370·3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