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최근 들어 아웃도어업계의 성장판이 닫힌 모양새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데다가 장기적으로 내수 경기 불황이 이어진 탓이다. 브랜드의 난립도 한몫했다. 저품질·거품가격 논란에 휩싸이면서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비자의 패션 트렌드도 달라졌다. 더 이상 소비자들은 울긋불긋한 아웃도어룩에 열광하지 않는다. 아웃도어브랜드들은 이제 새 먹거리를 찾아 생존 싸움을 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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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DB |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가장 핫하게 떠오르던 아웃도어시장. 너도나도 뛰어들던 이 ‘황금알’ 시장의 성장 엔진이 꺼지면서 브랜드마다 한계치를 찍고 있다. 올해 전망은 더 암울하다. 한자릿수 성장은커녕 제자리걸음도 힘겨울 만큼 역신장에 빠진 형국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 ‘빅5’ 브랜드 매출 '뚝뚝뚝'
최근 업계에 따르면 영원아웃도어,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블랙야크, 네파, 케이투코리아 등 아웃도어업계 ‘빅5’ 모두 지난해 매출이 제자리 걸음인 채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부진을 겪었다. 빅5의 지난해 매출은 3조2342억원으로 전년보다 1.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844억원에 그치며 20.5%나 줄어들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저마다 부침이 다르다. 노스페이스를 운영 중인 영원아웃도어는 지난해 매출액이 5321억원으로 전년보다 1% 성장하는 데 그쳤다. 매출이 제자리걸음인데 반해 영업이익은 542억원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6% 줄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와 블랙야크는 매출이 전년대비 각각 5%와 1.4% 감소했다. 특히 블랙야크는 빅5 브랜드 중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줄었다. 영업이익 81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26.7% 감소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도 코오롱스포츠의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20% 넘게 떨어졌다.
네파 역시 마찬가지. 지난해 매출은 4732억원으로 전년 대비 0.6%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929억원으로 21.4% 감소했다. 광고선전비를 26.5%를 줄여 159억원을 아꼈음에도 수익은 크게 줄어든 모양새다.
K2를 키운 케이투코리아도 지난해 고전했다. 매출은 4075억원으로 전년보다 2%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21%나 줄어든 935억원을 기록해 실속 없는 장사를 했다는 평을 받는다.
아웃도어시장의 부진은 단순 매출 성적표에만 드러나지 않는다. 백화점 3사의 매출 신장률에서도 하락세를 읽을 수 있다. 지난 2012년 30%에 육박하던 백화점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에는 10% 아래로 떨어졌다. 업체들은 재고 소진을 위해 할인 이벤트를 잇따라 열었지만 그마저도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아웃도어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00년 2000억원대에 머물던 시장규모가 지난해 7조원대로 폭발 성장한 배경에는 아웃도어시장에 기업 돈이 몰리고 브랜드가 난립하면서 불을 지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소비자 수요가 한계에 이른 만큼 브랜드마다 위기극복을 위한 새 먹거리 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키즈·해외·M&A… 생존키워드
실제 몇몇 브랜드는 신 성장동력을 찾아나섰다. 해외 진출로 활로를 모색하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세컨드 브랜드를 론칭하고 키즈라인, 골프웨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영원무역은 지난 1월 스위스 자전거 제조 유통업체인 스캇을 인수하며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스캇은 자전거 뿐 아니라 관련 부품이나 바이킹용 스포츠 의류·용품도 생산하는 곳. 영원무역은 기존에 스캇이 영위하던 바이크 아웃도어시장으로도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블랙야크와 케이투코리아도 미래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블랙야크는 올 초 인수한 미국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가 북미시장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올 하반기 멀티숍에 입점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하반기 골프웨어 ‘와이드앵글’을 론칭한 케이투코리아는 유럽 하이테크 아웃도어브랜드인 ‘살레와’의 국내 라이선스도 잇따라 인수하면서 신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내년부터 국내시장에 살레와의 제품 생산과 유통을 담당할 계획이다.
네파는 키즈라인과 세컨드 브랜드 강화에 나섰다. 그동안 숍인숍 형태로 운영하던 키즈라인을 별도 브랜드인 ‘네파키즈’로 독립시키고 관련 제품군을 강화한다. 연내 20개의 단독매장을 열고 하반기에는 백화점으로 유통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웃도어브랜드들의 다양한 시도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업체들이 성장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스포츠사업으로 발을 뻗고 있지만 이미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며 “내실 없는 확장은 브랜드 정체성마저 위협하는 악순환을 몰고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롭게 강해질 것이냐,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냐. 급성장 뒤 성장판이 닫혀버린 아웃도어업계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