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삼성 vs 엘리엇', 나무보다 숲을 본다면?

"투자의 목적은 수익을 올리는 것. 하지만 '수익'을 위한 투자가 국익을 해친다면?"(소액주주를 대상으로 한 삼성물산의 광고 문구)

"임시주주총회에서 전적으로 불공정한 합병안을 반대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15일 엘리엇 보도자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막판 경쟁이 뜨겁다.

삼성물산은 합병이 무산되면 헤지펀드가 국내 굴지의 기업인 삼성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해 국익을 해친다고 호소하는 반면 엘리엇은 소액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합병반대를 주장한다.

현재까지의 흐름을 보면 이번 주총에서 누가 우위를 점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삼성물산은 국내 법원에서 합병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았고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우호세력을 자처했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3대 주주 엘리엇은 20%가량의 추가 지분을 확보할 경우 삼성물산 합병을 무산시킬 수 있다. 외국계 투자자(26.41%)가 엘리엇 편에 선다면 승부는 싱겁게 끝날 수 있는 것.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합병 수혜자인 제일모직 주식을 보유한 곳도 많아 엘리엇도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이렇게 되면 국내 소액주주들이 누구의 편에 서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 삼성물산 직원이 삼성물산 지분 1000주 미만을 보유한 주주까지 찾아가 합병 결의를 호소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소액주주 희망으로 부각된 엘리엇, 진실은?

삼성의 이 같은 행보에 의아함을 던지는 소액주주들도 물론 있다. "평소에 잘할 것이지" 하는 마음으로 엘리엇 편에 선 사람들이 실제로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대다수 소액주주는 삼성물산 통합을 반긴다. 엘리엇의 목표대로 통합이 무산될 경우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합병이 무산되면 주가가 합병 이전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물산 주가가 단기적으로 오를 수 있지만 궁극적인 기업가치 개선이 어려워진다"면서 "장기적으로 볼 땐 합병이 주주가치 제고에 유리하다"고 예측했다.

또 다른 포인트는 엘리엇의 정체다. 엘리엇은 소액주주 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즉 삼성물산 합병비율 가치를 지금보다 더 높여달라는 요구다. 일부 소액주주가 엘리엇 편에 선 것도 자신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 삼성물산 합병이 무산되면 엘리엇은 장기적으로 삼성의 경영권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기업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삼성은 오는 2020년까지 통합 삼성물산의 매출을 60조원까지 늘리고 합병시 현행 21%인 배당성향을 30%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확정지었다. 기존의 건설·상사의 사업영역을 레저와 패션 분야로 확대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엘리엇의 뜻대로 합병이 무산되면 장기적인 계획이 틀어지고 결과적으로 삼성물산은 물론 주주들의 손실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엘리엇은 국내 1위 기업 삼성의 경영권을 마음껏 휘두르다 수익만 챙겨 떠나면 그만이다. 경영권을 위협한 뒤 차익을 챙겨 떠나는 전형적인 '먹튀'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또 만약 삼성물산이 헤지펀드의 놀이터로 전락한다면 제2, 제3의 또 다른 국내 대기업도 마찬가지의 상황에 놓일 수 있게 된다.

한편 삼성의 '애국마케팅'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통합=국익'이라는 프레임이 다소 과장된 논리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저성장 등으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서 삼성의 지배구조까지 흔들리면 한국경제는 더욱 깊은 터널 속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삼성의 호소가 결코 빈말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