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말까지로 정한 석유화학 자구안 제출 시한을 오는 19일까지로 앞당기면서 여수·울산 석유화학단지의 움직임이 가팔라지고 있다.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외부 컨설팅과 함께 구조조정 논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LG화학 여수 제1공장 폐쇄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해당 공장이 폐쇄될 경우 에틸렌 120만톤 감산 효과가 발생한다. 울산 산단에서는 SK지오센트릭이 자사 NCC 공장 폐쇄를 포함한 재편안 마련에 나섰으나 S-OIL(에쓰오일)이 샤힌 프로젝트 증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계가 마련한 에틸렌 감축안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가 요구한 최대 에틸렌 감산 목표 370만톤 가운데 약 93%에 해당하는 343만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6일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시설 통폐합을 통해 최대 110만톤 감산을 결정했고 지난 14일에는 여천NCC 제3공장 폐쇄가 확정되며 총 157만톤 감산이 이뤄졌다. 여수 산단 내 LG화학 공장 폐쇄로 120만톤, SK지오센트릭 NCC가 문을 닫을 경우 66만톤이 추가 감산된다.
여수 산단은 정부가 제시한 기한 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초안을 제출하려고 한다"며 "(여수 제1공장 폐쇄는)여러 옵션 중 하나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여수 LG화학 제1공장 폐쇄가 거론되는 배경에는 NCC 설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공장을 정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업계에서는 대산 산단과 마찬가지로 정유사 기반의 시설 통폐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며 GS칼텍스가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랜 기간 고착 상태에 빠져 있던 울산 산단도 SK지오센트릭이 전향적인 태도로 나서면서 물꼬가 트이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자사 NCC 설비 폐쇄를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S-OIL은 2027년 상업 가동을 앞둔 샤힌 프로젝트의 증산 기조를 유지하며 울산 산단 내 다른 기업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될 경우 에틸렌 180만톤을 비롯해 프로필렌 77만톤·부타디엔 20만톤 등 기초 유분이 생산된다. 업계는 샤힌 프로젝트가 감산 없이 추진될 경우 약 50만톤의 기초 유분 공급 과잉이 발생해 연간 최대 44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 산단 관계자는 "17일 전후로 몇 가지 안이 나올 것"이라며 "연말까지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다음 주 휴일 등의 영향으로 금주까지 석유화학 자구안을 제출하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큰 틀에서는 연말까지 제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울산 산단이 이번 주 안에 자구안을 제출하지 못할 경우 적어도 2주 안에는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 정부는 시한을 넘기는 기업에 대해서는 지원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상태다.
정부 석유화학 재편 성공의 열쇠는 울산 산단이 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울산은 대산이나 여수와는 전혀 다른 구조"라고 말했다. 울산 산단은 전체 NCC 공장 가동률이 90%대로 사실상 공급과 수요가 맞아떨어지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S-OIL의 샤힌 프로젝트가 기초 유분 증산 기조를 이어가면서 안정적이던 공급망이 과잉 구조로 전환된다. 3사가 모두 일정 부분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