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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서울 사옥. /사진=뉴시스 임태훈 기자 |
유일했던 희망이 최대의 위협이 됐다. ‘조선 빅3’에게 해양플랜트 사업이 그렇다.
지난달 29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잠정실적을 잇따라 발표했다. 각 사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대우조선해양은 3조318억원, 삼성중공업 1조5481억원, 현대중공업 1710억원 등으로 손실을 모두 합하면 4조7509억원에 달한다.
충격적이었다. 앞서 불거진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손실 은폐논란으로 어느정도의 손실은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규모는 더욱 컸던 것이다.
문제는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손실을 반영한 3조2000억원을 포함하면 조선 빅3가 지난 1년 반동안 해양 플랜트 부실로 입은 손실액만 총 8조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불황을 겪던 국내 조선업계에 해양플랜트 사업은 블루오션과 같이 여겨져 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심화된 저유가에 멈칫하긴 했지만 해양플랜트 사업은 그간 조선업계의 블루오션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점에서 인건비가 높은 한국 조선업의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조선분야에서 중국과 일본의 추격이 심화되던 상황에서 한국이 유일하게 기술력을 가져 수요를 독점할 수 있을거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선 빅3는 수년간 해양플랜트사업 수주에 목을 맸다. 하지만 결국 이것이 자충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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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수주한 FLNG |
해양플랜트란 바다에 있는 석유·가스 등의 주요자원을 개발하는 데 사용되는 설비를 일컫는다. 다양한 설비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공사 기간이 2~4년가량 걸린다. 규모도 큰 데다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이 많다. 발주처의 설계 변경 요구도 잦다. 세밀한 공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공사가 지연되고 설계가 변경되면서 자재와 인력 투입 계획이 수시로 변한다. 이것이 조선 빅3 해양플랜트 부실의 원인이 된 것이다.
먼저 이번 2분기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의 손실규모가 커진것은 극지용 반잠수식 해양 시추선인 송가 리그(Songa Rig) 프로젝트와 같은 공사 경험이 없는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공정이 늦어졌고 이 때문에 투입원가가 늘어난 탓이다.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반영한 것은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수주한 해양플랜트들의 설계가 변경되면서 공사가 지연된 탓이다. 2013년 30억달러에 수주한 나이지리아 에지나의 부유식 원유생산 및 저장설비(FPSO) 사업, 2012년 27억달러에 수주한 호주 익시스 해양가스처리설비(CPF) 사업 등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이에 해당된다.
현대중공업도 조선부문에서의 반잠수식시추선 등 특수선박 인도 지연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했고 해양부문 해외 현장 설치공사비 증가, 일부 공사 공정 지연 등으로 17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조선 빅3 중 영업손실 규모가 가장 적었던 것은 지난해 이미 3조원대의 해양플랜트 부문 부실을 털어낸 덕분이다.
여기에 아직도 조선 빅3의 도크에는 과거에 수주한 해양 플랜트 물량들이 건조중에 있다. 조선 3사에 따르면 업계 전체 해양플랜트 수주잔량은 금액 기준 708억달러(약 82조66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 ▲현대중공업이 208억달러(약 24조2860억원) ▲대우조선해양 254억달러(약 29조6570억원) ▲삼성중공업 246억달러(약 28조7230억원) 규모 물량을 보유 중이다. 추가적인 잠재적 부실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빅3가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한 프로세스를 통제하지 못하면 조만간 또 다시 대규모 부실이 터질 가능성이 높다"며 "전반적으로 모든 조직과 사업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