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는 비현실적인 세계가 두군데 있다. 조선시대 팔도의 모습이 한곳에 모여 있는 한국민속촌과 전세계 동물과 정원, 테마놀이터가 있는 에버랜드다. 한 곳은 타임머신이 필요하고, 다른 곳은 세계여행티켓이 필요하지만 용인에서는 하루면 충분하다.

한국민속촌
한국민속촌
줄타기 명인 홍기철
줄타기 명인 홍기철

◆타임머신 타고 가는 한국민속촌
예전에는 대표적인 드라마촬영지였다. 사극이 끝날 때면 ‘장소협찬: 한국민속촌’이라는 자막이 나오곤 했는데 이제는 지방마다 민속마을과 테마파크가 생기고 방송국 자체적으로 야외세트장을 만들면서 그때만큼 ‘독점적’이진 않다. 그러나  ‘구관이 명관’이란 말은 장소도 예외가 아니다. 1974년에 개장한 관록의 명소이다 보니 처음에는 옛집을 본떠 만든 모형주택이었겠지만 이제는 스스로 고택이 됐다. 나무와 길도 자연스럽게 자라나 울창해졌고 점집이나 대장간 같이 실제로 명인이 자리를 잡고 일을 보는 곳들이 있어 마냥 ‘가짜’도 아니다.

최근 한국민속촌은 ‘민속촌알바’로 화제가 되고 있다. ‘민속촌알바’는 사또, 거지, 광년이, 구미호 등의 캐릭터로 관람객들과 즐기고 소통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말한다. 거지는 관아 앞에 대자로 누워 자고 있기도 하고 사또는 미인 관람객들에게 ‘마음을 훔친 죄’ 등의 죄명을 물어 벌을 내리기도 한다. 올 여름엔 수박서리 하는 관람객을 잡으러 다니는 이장도 나타났다. 이들은 SNS에 매일매일의 즐거운 일상을 공유해 젊은 층 관람객이 늘었다. 최근 한복 입고 한옥마을이나 고궁, 민속촌 등을 여행하는 것이 유행하면서 누가 관람객이고 누가 ‘민속촌알바’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이렇게 텅 빈 집들 사이에 생기를 불어 넣는 아이디어는 관람객 취향을 저격했다. 덕분에 여행 중 몇번 더 웃을 수 있어서 좋다.


이곳에서 놓쳐서는 안될 것이 공연이다. 원형극장에서 진행하는 농악공연은 외국인이 더 좋아한다. 물론 시작은 그렇다.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한 호기심으로 공연을 기대하지만 한국사람들은 알 만한 내용이니 다리나 쉬어갈 겸 자리에 앉는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면 국내외 사람 누구나 흥이 난다. 신명 나는 장단에 박수를 치다가 비보잉 뺨치는 상모돌리기에서 탄성이 절로 난다. 이어지는 접시돌리기는 신기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또다시 모두가 어우러지는 마당에서는 관객석에 앉은 사람들도 일어나 어깨를 들썩거린다. 사실 농악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하나의 공연으로 보게 되는 일은 쉽지 않다. 처음에 잠깐 앉아서 쉬어가자 생각했던 사람들도 어느새 다음 공연 시간표를 찾아보게 된다.

줄타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줄타기 명인 1호 홍기철 선생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노련함과 순발력과 균형감각이 어우러진 멋진 줄타기를 보여준다. 3m 높이에서 10m정도 되는 줄 위를 걷는 것은 물론이고 일어나고 앉기를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물동이 줄타기까지 선보인다.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오로지 눈동자만 같은 곳을 향하며 이 아슬아슬한 공연을 즐긴다. 줄타기는 바람과 기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공연자와 공연의 내용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무엇보다 명인의 줄타기 전공연을 볼 수 있으면 가장 큰 행운이다.

마상무예는 상상 이상이다. 우리 민족이 예부터 말 타고 활쏘기를 그렇게 잘했다고 하더니 이제야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달리는 말 위에서 활쏘기는 물론 서고, 눕고, 여럿을 태우고, 뒤로 타고, 눈을 가리고… 각종 무예를 선보인다. 1초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만큼 조마조마해 심장이 오그라 드는데 한편으로는 유쾌하고 스피드가 넘친다. 우리 전통 공연은 외국의 어떤 공연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민속촌 입장료 1만5000원이 오히려 황송할 따름이다.


민속마을에서 개천을 건너면 놀이마을이 있다. 이곳은 아이들과 함께 오기 좋을 만한 곳이다. 여름이니 전설의 고향, 귀신전이 인기다. 전통민속관에서 세시풍속과 전통 유물들을 둘러보기도 하고 세계민속관에 들러 다른 나라 사람들의 모습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탈춤전시관에서는 해학과 예술과 옛이야기를 들여다 보고 옹기전시관에서는 직접 옹기만들기 체험도 해 볼 수 있다.

에버랜드
에버랜드
사막여우
사막여우

◆세계로 가는 에버랜드
에버랜드는 선택의 폭이 넓다. TV나 인터넷으로만 봤던 동물들이 한자리에 있으니 이들만 만나도 하루가 짧다. 특히 멸종 위기의 동물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워준다. 동물 공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한번쯤 생각해보고 판단할 문제다. 동물관람 중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은 사파리투어다. 차를 타고 사자, 곰, 호랑이 등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 동물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한다. 보통은 동물을 우리 안에 가두고 사람들이 멀리서 지켜보는데, 사파리투어는 사람들이 스스로 차 안에 갇혀서 동물 가까이로 가는 것이니 은근히 긴장되고 흥분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여름에는 분수 쪽에 사람이 많다. 떨어지는 물줄기 옆에 앉아 있기만 해도 소리가 시원하고 튀는 물방울까지 기분좋게 느껴진다. 바닥분수는 아이들에게 인기 최고다. 굳이 수영장까지 가지 않아도 물놀이를 꽤나 하게 된다. 한쪽 벤치에서는 아이가 입었던 옷을 말리는 진풍경도 볼 수 있다. 매점에서는 더 화끈하게 놀라고 물총도 팔고 비옷도 판다. 저녁마다 광장에서는 '썸머스플레시' 행사가 펼쳐지는데 화려한 퍼레이드도 보고 물총놀이도 즐길 수 있다.

이곳을 활기차게 만드는 건 뭐니뭐니 해도 ‘꺅꺅’대는 비명 소리다. 놀이기구가 흔들리고 낙하할 때마다 사람들은 죽을 듯이 소리를 지른다. 그렇게 싫으면 안 타면 될 것을 도전하고 후회하고 그 와중에 좋아서들 웃는다. 재미있게 놀아보자고 왔으니 대체로 다들 성공한 듯하다.

여름 에버랜드하면 캐리비안베이를 빼놓을 수 없다. 놀이동산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수영장이고, 식음료는 반입금지, 비용도 저렴하지 않지만 물놀이 코스가 다양해서 꾸준하게 인기다. 아이들은 유아풀, 실내키디풀, 유수풀, 샌디풀 같이 안전한 곳에서 즐기고 스릴 마니아들은 타워래프트, 워터봅슬레이, 메가스톰 같은 스피드를 즐긴다. 느릿한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사우나와 스파를 이용해도 좋겠다.


[여행 정보]

한국민속촌 가는 법
경부고속도로 - 갈천로 - 상갈교가사거리 - 신갈로 - 도립박물관입구삼거리에서 ‘오산, 한국민속촌, 경기도국악당’ 방면으로 우회전 - 금화로 - 도립박물관입구삼거리에서 ‘오산, 한국민속촌’ 방면으로 좌회전 - 용구대로 - 민속촌산거리에서 ‘한국민속촌, 경기도국악당’ 방면으로 좌회전 - 민속촌로

[대중교통]
용인공용버스터미널에서 10-5, 88번 버스 승차 – 나곡마을, 한국민속촌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한국민속촌: 검색어 ‘한국민속촌’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민속촌로 90
에버랜드: 검색어 ‘에버랜드’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로 199

한국민속촌
문의: 031-288-0000 http://www.koreanfolk.co.kr
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30분
입장권: 성인 1만5000원 / 중·고등학생 1만2000원 / 어린이 1만원
자유이용권(입장료+놀이시설): 성인 2만4000원 / 중·고등학생 1만9000원 / 어린이 1만7000원
한복착용 관람자는 자유이용권 1만2000원(2015년 년말까지)
농악놀이 공연: 오전 10시 30분, 오후 2시
줄타기 공연: 오전 11시, 오후 2시 30분
마상무예: 오전 11시 30분, 오후 3시
전통혼례: 오후 12시, 오후 4시

에버랜드
문의: 031-320-5000 http://www.everland.com
운영시간: 오전 10시 ~ 오후 10시 (주말, 성수기 오후 11시까지)
이용요금(주간권): 대인 4만8000원 / 청소년 4만1000원 / 소인·경로 3만8000원(기타 할인, 야간, 2일권 등은 사이트 참고)
공연: 썸머 나잇 라이팅쇼, 문라이트퍼레이드, Jack’s 스플래쉬 퍼레이드 등 장소와 시간 은 사이트 참고

캐리비안베이
문의: 031-320-5000 http://www.everland.com/caribbean
운영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주말, 성수기, 실내, 실외에 따라 변동적, 사이트 참고)
이용요금(주간권): 대인 7만4000원 / 소인·경로 5만8000원 (기타 할인, 야간, 2일권, 대여요금 등은 사이트 참고)
※ 8월 23일까지 캐리비안베이 이용시 에버랜드 무료이용 또는 입장

● 음식
한국민속촌: 민속촌 내 상가마을이나 장터에서 다양한 우리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샌드위치, 생맥주 등도 판매하고 있다.
메뉴: 열무국수, 해물파전, 한방삼계탕, 장터국밥, 된장찌개, 불고기 등
에버랜드: 곳곳에 다양한 세계음식이 있다. 에버랜드와 캐리비안베이는 외부음식반입을 제한하고 있다.
레스토랑: 산후앙, 버거카페캐리비안, 포트리스, 바하마, 마드리드 등

● 음식
한국민속촌: 일일체험학습, 기업연수 프로그램과 함께 유스호스텔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학습: 전통문화체험, 키즈데이패키지, 선비문화체험, 청소년수련활동 인증프로그램 등.
인터넷 홈페이지 참고
에버랜드: 캐빈호스텔, 힐사이드호스텔과 글램핑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참고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