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베라크루즈, 기아차 모하비, 르노삼성 QM3.(위에서부터) /사진=각사 제공
현대차 베라크루즈, 기아차 모하비, 르노삼성 QM3.(위에서부터) /사진=각사 제공

단종되는 베라크루즈, 생산중단 모하비, 11월까지 유로5 파는 QM3
오는 9월 유로6 의무화를 앞두고 기아차의 모하비, 현대차의 베라크루즈, 르노삼성의 QM3 운명이 갈렸다. 각 차종의 인기에 따라 단종과 지속생산여부가 결정됐고 국내생산 차량인지 여부에 따라 기존의 유로5 차량을 판매할 수 있는 시기가 달라졌다.

먼저 현대차의 가장 큰 SUV 베라크루즈는 유로6에 맞춘 모델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고 단종을 결정했다. 지난 2006년 출시된 프리미엄 대형 SUV 베라크루즈는 모델 노후화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단종이 결정됐다. 현대차는 베라크루즈 수요를 싼타페보다 큰 SUV인 맥스크루즈가 흡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베라크루즈와 같은 엔진을 탑재한 모하비는 살아남았다. 베라크루즈와 달리 ‘정통 프레임타입’이라는 포지셔닝으로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다만 유로6 규제에 맞춘 모델 개발을 위해 내년 초까지 생산이 중단될 예정이다. 모하비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난 2005년 기아차 사장에 부임하자마자 개발에 들어가 29개월간 23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차량으로 ‘정의선 차’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8년간 단 한번의 변경 모델 없이도 꾸준한 판매량을 보였다.

기아차가 유로6 환경 기준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의 생산을 이달 말에 일제히 중단하고 대대적인 재정비에 나선다. 고객들은 유로6 환경 기준을 적용한 모델 개발이 완료되는 내년 초까지 모하비를 구매할 수 없게 됐다.

다른 디젤엔진에서 이미 유로6와 관련한 대응을 마친 현대‧기아차가 유독 배기량이 큰 3.0디젤이 탑재되는 모델에 대해 아직 대응하지 못한 것은 배기량이 클수록 기준을 맞추기에 버겁기 때문이다. 배기량이 낮은 차량들은 일반촉매 방식만을 사용해도 질소산화물(NOx)배출량을 유로6규제 수준으로 낮출 수 있지만 2.5ℓ가 넘어가는 차량들에 대해서는 획기적으로 배출량을 낮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상용차 등 고 배기량 차량에서 사용되는 요소수 선택환원법(SCR) 등이 방법일 수 있는데 이럴 경우 더 큰 가격상승이 동반되고 일정기간마다 요소수를 주입해야 한다는 불편이 동반된다.


베라크루즈와 모하비가 유로6 의무도입에 의해 단종 혹은 일시 생산중단이라는 고초(?)를 겪는 반면 차급의 차이는 있지만 유로6에 다른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는 자동차가 있어 눈길을 끈다. 르노삼성의 QM3는 유로6에 대한 대응을 마치고도 11월까지 유로5모델을 판매한다.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생산돼 수입하는 QM3는 이미 유로6가 의무적용된 유럽시장에서 ‘캡처’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캡처의 경우 유로5모델에서 유로6모델로 전환하며 기존가격보다 3500파운드(약 580만원)정도의 가격상승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는데 국내에서도 이정도 수준의 가격상승이 나타날 경우 현재만큼의 경쟁력을 갖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랙스 디젤과 티볼리 디젤 등 라이벌 모델들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이라 르노삼성의 내수판매를 견인해온 QM3에게는 ‘위기’가 찾아오는 셈이다.

따라서 르노삼성이 가격인상이 적용되지 않은 유로5 모델의 판매를 최대한 끌어내려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