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상투’를 잡은 투자자다. 상하이지수가 5000선을 넘나들 때 중국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은 현재 손실 난 계좌를 바라보며 한숨짓고 있다. 환매하자니 억울하고, 갖고 있자니 더 떨어질까 불안한 투자자들.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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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시 폭락+환율 절하 ‘이중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6월12일 5166.35를 기록한 이후 7월8일 3507.19까지 떨어지며 한달도 안되는 기간에 40% 넘는 낙폭을 보였다. 이후 다시 반등하는가 싶더니 4000선 전후에서 더 오르지 못하고 급등락세를 연출했다. 지난 8월10일부터 한주간 상하이종합지수는 6.65% 상승하며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8월18일 하루 만에 6.15% 폭락하며 다시 3700선으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중국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도 대부분 손실을 기록 중이다. 지난 8월18일 기준 국내에 설정된 중국주식형펀드 825개의 1주일 평균 손실률은 2.96%다. 3개월 동안의 성적도 12.33% 손실을 기록해 해외주식형펀드의 평균 손실률인 7.27%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는 환헤지를 하지 않은 중국펀드에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8월11일부터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를 단행했다. 사흘간 고시환율을 4.66% 올린 것. 중국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펀드는 위안화의 가치가 떨어져 한화로 평가액을 나타낼 때 그만큼의 환차손을 입었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 직접 투자하는 주식형펀드(설정액 10억 이상) 74개 가운데 환율 변동위험을 보전하기 위한 환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는 32개에 달한다. 이 펀드들은 환율의 변동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환헤지를 한 펀드도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국 본토펀드는 원·위안 또는 위안·달러가 아닌 원·달러 환율에만 헤지를 한다”며 “위안·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한 구간에서는 환헤지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경우 위안화 평가절하가 이뤄진 기간 동안 중국 본토펀드는 80~90%가량의 손실을 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안전성이 무기인 중국본토 채권형펀드도 사흘간 4%를 넘나드는 손실이 발생했다. 통상 연 3~5%의 수익률을 바라보는 채권형펀드가 단기간에 이 같은 손실을 낸 것은 투자자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환헤지를 하지 않은 중국본토 채권형펀드 중 ‘동양차이나RQFIIBondPlus자UH(채권)ClassC-F’는 위안화 평가절하가 단행된 주에 4.67%의 손실을 봤다. ‘AB위안화플러스UH자(채권-재간접)종류형A’, ‘블랙록위안화채권자(채권-재간접)(UH)(A)’ 등의 펀드도 각각 -4.75%, -1.31%의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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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수 vs 매도, 엇갈리는 전략
중국당국의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중국펀드가 방향성을 잃은 가운데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이들이 있다. 바로 고점에서 펀드에 들어간 투자자다. 중국증시가 고점을 기록한 지난 6월12일 중국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불과 두달 새 30% 가까운 손해를 입었다. 안전하게 분산투자의 이점을 노리고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이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6월12일 ‘KB중국본토A주[자](주식)A’펀드에는 패밀리펀드를 포함해 총 21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가령 투자자가 이날 이 펀드에 1000만원을 넣었다면 지난 8월19일 기준 평가액은 715만원으로 28.49%의 손실을 본 셈이다. 같은 날 84억원이 들어온 ‘신한BNPP차이나본토자 1(H)[주식](종류A-e)’ 또한 같은 기간 27.16%의 손실을 기록했다.
투자자의 손실이 잇따르는 가운데 중국증시는 단기적으로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 예상되지만 10월 이후에는 반등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에 따라 중국증시에 대해 일반투자자와 외국인은 짙은 관망세를 보인다”며 “이에 따라 앞으로 1~2개월 동안은 주요 지수가 제한적 범위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공산당 18기 5중전회와 4분기 ‘선강퉁’ 시행을 계기로 증시 전체의 레벨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미 중국증시에 투자해 손해를 본, 소위 ‘물려’있는 투자자에 대한 전략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김정남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증시가 지금 저점을 다지는 것으로 보이므로 3000선 중후반에서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며 “이미 손실을 입은 투자자라면 지금 전량매도하는 것보다는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 중국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에게는 부적합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전과 같은 5000선으로 다시 오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3500~4000선에서 등락하는 장세에서 지수가 반등할 때마다 분할매도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국증시는 당분간 계속 요동칠 것으로 보여 액티브하게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은 수익을 올리겠지만 펀드에 투자하기에는 좋은 장이 아니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